‘트럼프 트레이드’ 놓쳤다면… 방산·바이오·조선株에 기회?
‘당선 공신’ 머스크 우주항공 분야
규제완화정책으로 금융도 맑음
IRA폐지 가능성에 이차전지 흐림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합류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펼칠 구체적인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정책에 따라서 투자 수익률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서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방산 바이오 조선 금융 우주항공 등을 향후 트럼프 2기 수혜 종목으로 선정했다. 반대로 이차전지와 친환경 에너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자동차 등은 정책 실행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전망이 엇갈린다.
11일 국민일보가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KB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들이 트럼프 2기 수혜 업종으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방산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며 지원 축소 등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유럽 회원국은 각국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스스로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기류가 거세질 경우 방산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군비 확장 기조가 예상된다”며 “동유럽 중심으로 레퍼런스를 쌓은 국내 방산 업체들이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이란 제재는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중동 비중이 높은 방산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선도 수혜 업종으로 전망됐는데 방산 수요 증가와 함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보수·수리·정비 분야(MRO)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 축하 통화에서 미국 대통령이 국내 특정 산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해군 MRO는 물론 향후 군함 건조 수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핵심 경제 공약으로 백악관 기후보좌관 직책을 신설을 내세웠다.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각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은 “화석연료 생산이 증가할 경우 LNG선 건조 수요도 증가해 한국 조선업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우주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트럼프 1기 집권기인 2017년 인류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도 소유한 것도 해당 분야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정치자금 모금 단체를 직접 설립·운영하고 지원 유세에도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 시 연방 정부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머스크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도 복수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선택을 받았다. 중국 바이오 업체와 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이 통과된다면, 한국 바이오가 위탁생산(CMO)기업을 중심으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집권 시 예상되는 ‘강달러’는 통상 바이오 업종에 불리하다. 자금조달 금융비용이 늘어 연구개발(R&D)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금리가 안정돼 강달러가 완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향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3~3.5%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금융 규제 완화 정책으로 금융업종 수혜도 전망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시절 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막는 법안 ‘볼커 룰’을 완화했는데, 은행 실적과 주가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 지원을 줄이는 대신 화석연료 규제를 완화하고 원전 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에서 추진해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지 입장을 밝혔다. IRA 법에 따라 지원을 받아온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는 물론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전망이 어두워졌다.
다만 이차전지의 경우 IRA 폐지 가능성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을 수 있지만 실제로 정책들이 실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RA 폐지를 반대하는 공화당 하원 의원들도 있어 완전한 폐지는 예상보다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산 이차전지 수입 제한 강화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반도체 업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키움증권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를 유망하다고 봤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칩스법(반도체지원법) 폐지 가능성이 있어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칩스법에 대해 “너무 나쁜 거래”라며 “높은 관세를 매기면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각각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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