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1) 중학교 중퇴 후 생존 위한 삶… 그 속에서 복음을 만나다

장창일 2024. 11. 1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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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그게 나의 최종 학력이 됐다.

나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책임까지 내게 남겨졌다.

그러나 의지할 곳도, 답을 구할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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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여의고 형제들 뿔뿔이 흩어져
운명처럼 친척의 닭 유통 가게에 취업
당시 하루 20시간 일하며 숨가쁜 생활
김재곤 티지와이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에서 ‘용서를 통한 은혜의 삶’에 대해 간증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1958년 태어난 나는 14살 되던 1972년 부모님을 여의며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맞이했다. 부모님의 부재로 동생들은 전국의 친척 집으로 흩어졌고 나만 홀로 서울에 남겨졌다. 늘 외로웠다. 학업은 중학교 2학년 때 그만둬야 했다. 그게 나의 최종 학력이 됐다.

그 시절은 너무 힘들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기가 막힌 시절이었다. ‘고군분투.’ 당시 내 처지는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병사와 같았다.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삶 자체가 도전이었고 생존을 위해 매일 깨어 있어야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지 않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흩어진 동생들을 돌봐야 할 때도 많았다. 나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책임까지 내게 남겨졌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닭’을 만났다. 친척이 운영하던 닭 유통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선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매일 19시간씩 일하며 살아있는 닭을 도축하고 자전거에 싣고 배달을 다녔다. 힘든 노동이 끝나야 겨우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거래처를 돌며 수금을 했다. 부모님께 기대야 할 나이에 전쟁터 같은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내 처지가 딱했다.

미숙했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오해로 인해 구치소에 갇히고 결국 죄가 없는 데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도 있었다. 어디 억울한 일이 이뿐이었을까. 분노와 복수의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이 어린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의지할 곳도, 답을 구할 곳도 없었다. 매일 20시간 가까이 일하며 잠시 숨을 고른 뒤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날 붙잡아 준 것이 있었다. 바로 신앙이었다. 복음 안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하면서 기댈 언덕을 찾았다. 신앙은 삶의 중심이 됐고 오늘날 나를 이곳에 있게 한 힘이 됐다. ‘역경의 열매’를 통해 신앙의 열매를 나누게 된 것에 감사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도 믿음의 능력을 전하고 싶다.

나를 붙잡아 준 또 한 사람은 아내 김상숙 권사다. 28세에 아내를 만났다. 그녀는 현명하고 깊은 신앙을 가졌다. 함께 세 딸을 낳아 키우며 사업을 하던 어려운 시절에도 신앙의 중심을 잡도록 도와준 든든한 동반자였다. 흔들릴 때마다 묵묵히 기다려 준 그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사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인간적인 꾀를 부리기보다 기도의 자리로 나아갔다. 금식 기도원에서 눈물로 주님께 매달렸는데 그때마다 주님은 언제나 더 좋은 것들로 채워주셨다. 내 삶의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은 용서였다.

분노와 복수심이 밀려올 때마다 주님께서는 “재곤아, 선으로 악을 이기고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 용서를 통해 얻은 은혜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축복이었다. 지면을 통해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누길 원한다.

약력=1958년생, 한강씨엠 상무이사, 목우촌과마니커 대표이사, 크레치코 대표이사 역임, 현 티지와이 대표, 염광장로교회 장로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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