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매킨토시 제친 윈도… ‘패스트 세컨드’도 최고 될 수 있다

2024. 11. 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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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서 선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보다 MS-DOS 등 개발 늦어
공격적 표준화 전략으로 시장 압도
클라우드·AI 중심 재편 전략도 성공
환경 따른 역동적 전략 변화가 핵심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젊은 기업이 대부분인 글로벌 선두기업 리스트에 1975년 탄생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1, 2위권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2010년대 초 위기에 빠졌던 MS가 다시 컴백한 것이다. MS의 부침을 설명하려면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 사티아 나델라에 이르는 세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알아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례로 맡아온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 사티아 나델라. 국민일보DB

게이츠의 창업가 정신과 급성장

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에 매료된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초기 PC인 알테어 마이크로 출현에 자극받아 대학을 자퇴하고 게이츠를 CEO로 MS를 창업했다. 그후 독자적 유닉스 등으로 기술력은 인정받았으나 재무 성과는 낮았다. 결정적 성장 계기는 당시 컴퓨터산업 리더인 IBM에 MS-DOS 운영시스템을 공급한 것이었다. 애플이 1977년 최초의 본격적 PC인 애플2를 출시하자 IBM은 자체 PC를 개발해 대응하기로 한다. 그런데 IBM의 주사업인 메인프레임이 주문생산 제품인데 비해 PC는 대량생산 제품이기 때문에 PC를 잘 아는 MS에 운영시스템 개발을 1980년에 의뢰했다.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게이츠는 타사 제품을 보완해 MS-DOS라는 PC 운영시스템을 공급했다. 당시 상황이 AT&T 강제분할 등으로 대기업에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IBM은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MS-DOS의 공동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했고 1981년 IBM PC 출시 이후에도 MS가 단독으로 소유했다. IBM이 자기 모델을 업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개방적 라이선스 전략을 실행해 폐쇄적 라이선스 전략을 택한 애플을 시장점유율에서 압도한 결과 MS는 단숨에 세계 최대 운영시스템 업체가 됐다.

애플이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운영 시스템 매킨토시를 1984년 출시하자 게이츠도 텍스트 중심의 MS-DOS를 탈피해 그래픽 중심의 윈도를 1985년 말 출시했다. 세컨드 무버였던 게이츠는 공격적 표준화 전략으로 경쟁했는데 IBM 호환 기종들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점유율에서 윈도가 70~80%를 차지하며 15% 내외에 머문 매킨토시를 꺾었다. 그후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윈도95가 큰 성공을 거두며 MS는 글로벌 컴퓨터 시장의 선두에 등극했다.

응용프로그램에서도 MS는 퍼스트 무버가 아닌 세컨드 무버였지만 네트워크 표준화 전략으로 지배적 지위를 차지했다. 그 전까지 응용소프트웨어산업은 제품별로 별도 선두 기업이 주도했으나 게이츠는 1990년에 자사 응용프로그램 간 호환성을 높여 손쉽게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기반으로 오피스 패키지로 출시해 시장을 지배했다.

경쟁 환경 변화와 발머의 리더십 위기

2000년 초 게이츠는 동료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넘겨줬다. 발머는 다양한 윈도 버전을 통합해 호환성을 높이고, 엑스박스를 출시해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던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고, 인텔리전트 마우스와 인체 친화적 키보드, 데스크톱 웹캠 등 하드웨어 시장으로 사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다각화했다.

그러나 애플에 귀환한 잡스가 2007년 스마트폰을 디지털산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면서 발머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맞서기 위해 자체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노키아 등과의 제휴를 통해 윈도폰과 운영시스템인 윈도모바일을 개발했으나 표준 경쟁에서 이들을 이길 수 없었다.

응용프로그램에서도 발머는 구글의 웹 중심 개방적인 소프트웨어 전략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게이츠가 제시했던 비전은 ‘전 세계 모든 책상 위에 MS 소프트웨어로 작동되는 PC가 있는 세상’인데 비해 구글의 비전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자사 제품을 탑재한 PC로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MS 비전과 달리 구글은 모든 사람이 시간과 장소,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면에서 훨씬 진보적이다. 구글이 비전 실행을 위해 모든 응용프로그램을 웹에서 무료로 사용하게 만들자 오피스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2010년대 초부터 위기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에 윈도8과 태블릿PC가 심한 부진을 겪으며 큰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2014년에 CEO가 사티아 나델라로 교체됐다.

나델라의 위기대응 리더십

나델라는 위기 원인을 윈도와 오피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보고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그는 회사를 미래 디지털 생태계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모바일 기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하며 윈도 등 기존 사업들은 전략적 우선순위의 2선으로 후퇴시켰다.

나델라는 용량 소요가 큰 AI는 클라우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신성장 플랫폼을 클라우드와 AI 간 공진화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2014년 MS애저로 클라우드에 본격 진입했고, 2016년 MS애저 정보보호 프로젝트를 출범하고, 2017년 클라우드 기반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으며, 2021년 온라인 학생·교사 플랫폼을 인수해 클라우드 기반 교육 시장에서 선두에 나섰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점유율도 MS애저가 25%로 2006년 출범한 퍼스트 무버 아마존 웹서비스의 31%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핵심 수익원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원격 교육과 근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클라우드 매출이 급증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컴백하게 됐다.

나델라는 AI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는데 2023년 초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2023년 말 오픈AI 대표인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로크만을 MS에 합류시켰으며, 2024년 초 중소기업용 AI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는 동시에 AI 기술의 선두 주자인 G42와 제휴를 체결했다. 그리고 5월에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대규모 AI 허브 구축에 거액을 투자하며 클라우드와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전략적 비전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패스트 세컨드’ 우리 기업들의 위기

MS는 창조적 퍼스트 무버는 아니지만 최고의 패스트 세컨드로서 치열한 개선적 혁신과 탁월한 전략으로 글로벌 선두로 군림해 왔다. 특히 나델라는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MS의 역사는 창조적 퍼스트 무버가 아니더라도 네트워크 표준화와 같은 패스트 세컨드의 전략적 장점을 살리면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스마트폰 경쟁에서 볼 수 있듯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도 패스트 세컨드 전략을 통해 글로벌 10위권 가까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패스트 세컨드 전략은 중간 수준에 만족하는 현상 유지가 아니고 최고가 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므로 환경 변화에 따른 역동적 전략 변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2015년쯤 이래 우리 기업들의 경영은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가 주를 이뤘다. 전대미문의 환경 변화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한 전략적 근시안과 현상 유지 자세로 창조적 퍼스트 무버의 가능성뿐 아니라 패스트 세컨드의 장점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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