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년도 안 다니고 퇴직하는 공무원들
MZ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 재직기간 10년 미만의 공무원 1만7181명이 지난해 1년 동안 퇴직했다. 심지어 1년 미만도 3021명이라니 충격적이다. 2018년에는 10년 미만이 6844명, 1년 미만이 929명 퇴직했으니 불과 5년 만에 퇴직자 규모가 약 3배나 급증한 셈이다.
몇 년 전까지 공무원은 취업 시장에서 단연 최고로 선호하는 직종이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30~40 대 1이 기본이었다. 심지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드는 늦깎이 수험생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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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공무원 이직, 5년 만에 3배로
열정과 의지 꺾는 공직문화 문제
인사제도 혁신에서 해법 찾아야
」
꿈을 품고 공직자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미련 없이 공직사회를 과감히 등지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성장의 기회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헌신과 사명감조차 이미 박제화됐기 때문이다.
공직 밖의 세상은 거침없는 새로운 시도와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가 어지럽게 출몰한다. 반면 공무원 사회는 1980년대식 조직 문화에 여전히 멈춰있다. 이러한 퇴행 현상을 경험한 젊은 공무원들은 개인의 정체와 도태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감지하게 된다.
MZ 세대 젊은 공직자의 대량 사직, 즉 ‘대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은 일종의 SOS 신호로 인식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 개개인의 경쟁력은 크게 부족함이 없다. 필자가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으로 일하며 만난 젊은 공무원들은 패기 있고 똑똑했다.
이렇게 아까운 인재들의 열정과 의지를 꺾는 공직사회의 둔감함은 전적으로 공무원 인사의 전근대성에서 기인한다. 공무원 인사에 문제가 많지만, 순환 보직과 낙하산 인사는 역대 대통령들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공직사회 내부에 강고한 기득권 집단의 저항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오늘날에도 한 자리에서 불과 1, 2년 머물다 떠나는 공직자들이 허다하다. 직무 전문성으로 무장하기 어려우니 기업과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와 미래 예견을 할 수 있을까.
낙하산 인사는 정권이 바뀌고 국감이 열릴 때마다 문제로 제기되지만, 누가 집권해도 패턴은 동일하다.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던 야당이 여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거 공신들을 공직사회에 내려보낸다.
예정된 실패에 예정된 대응은 레코드판같이 돌아가는데, 이제 관행이 되고 법제화 논의까지 나간다. 더욱이 전문적 기능인 인사 부처를 약화하는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 하긴 정치권도 이익 공동체다. 하지만 인사권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에게 일시적으로 위임된 것이지, 영속적으로 사유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하면 도리어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법도 역시 인사에서 찾아야 한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과 대충 자리만 지키는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희망이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조직의 역량을 좀먹는다. 노력하고 성과를 낸 만큼 대우하는 승진과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미래형 인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공무원 인재 채용원’을 만들어 고위공직자 인사 발굴부터 유능한 외부 전문가를 공직 사회로 수혈하는 업무까지 총괄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 인사의 틀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10년 된 공무원은 나가고, 20년 된 공무원은 윗사람 눈치만 보고, 30년 된 공무원은 자리에 연연하게 된다. 전관예우에 기대는 고위직은 결국 개인의 부패와 국가 존망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계무대를 누빌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나라, 원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고, 대한민국이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해 세계 질서의 중심에 서게 하려면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낡고 전근대적 인사시스템의 혁신에 있다. 신입 공무원의 비전과 성장 계획, 양성과 교육 시스템, 창조적 미래 인재 확보와 유지(Retention), 보상과 책임에 따른 차별화, 글로벌 미래 정부 경쟁력 준비도 필요하다. MZ 세대 공무원들이 발신한 SOS 신호에 대한 진지한 응답은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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