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전태일, 여기는 ‘전태일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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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 54주년 되는 날입니다.
주위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나누고 10㎞의 먼 길을 걸어갔던 전태일, 약자를 보면 번민하고 그를 통해 더욱 경건한 삶을 살았던 전태일, 주위 노동자에게 오빠이고 형이며 이웃이고 싶었던 전태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다시 전태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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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 54주년 되는 날입니다.
주위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나누고 10㎞의 먼 길을 걸어갔던 전태일, 약자를 보면 번민하고 그를 통해 더욱 경건한 삶을 살았던 전태일, 주위 노동자에게 오빠이고 형이며 이웃이고 싶었던 전태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다시 전태일’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2019년 기준 25.4%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들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바쁜 터라 사회보험에 가입하기 힘듭니다.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저임금노동자는 비정규직, 여성, 청년, 외국인 등 특정 계층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들은 임금 격차와 일상 속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한국은 비정규직 비중이 2022년 기준 37.5%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 고용의 질이 가장 나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고 해고와 갑질에 취약해 고용·소득 불안을 겪습니다. 고용 형태와 수입 규모는 건강과 생명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역시 건강 회복을 가로막습니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비중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021년 기준 유럽연합(EU) 14개국보다 연평균 400시간 더 일합니다. 장시간 노동자들은 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 등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과로사나 산재 사고 등을 겪고 있습니다.
아파도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봉제·제화 등 영세사업장 노동자부터 청소·조리·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 택배·대리운전 등 특수고용 노동자,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노동자, 위험한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당하는 건설노동자까지…. 최근 들어 높은 우울 경험과 자살률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세대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아픔을 살펴줄 의료기관이 절실합니다. 치료를 넘어 아픔을 함께 공감해주고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돌아봐주는 병원, 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불합리한 사회까지 치료해주는, 인권과 노동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전태일병원이 필요합니다.
공익형 민간병원인 녹색병원은 지난해부터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전태일의 연대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전태일병원은 공공병원이 아닌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설립하고 운영하는 병원이 될 것입니다. 제도가 외면한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전태일정신을 통해 견인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일하다 병들고 다쳐 직장마저 잃은 노동자들이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일터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감사하게도 전태일병원을 위한 소중한 정성들이 조금씩 모이고 있습니다. 이 마음들을 담아 작은 벽돌을 쌓아 올리고, 여기에 전태일의 굳건한 정신도 함께 세우려 합니다. 함께한 모든 분의 이름을 세세히 새겨 넣어서 낮고도 거대한 사회연대병원을 만들겠습니다.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 중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전태일 유서 중에서)
여러분과 함께 전태일이 다 못 굴린 덩이를 같이 굴리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같이 지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입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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