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슈테판 츠바이크와 몽테뉴
“인문주의에서 야만성으로의 추락을 우리가 오늘날 다시 겪고 있는 것 같은 인류의 광증의 폭발을 무력하게 바라보아야만 했던 것, 흔들림 없는 정신의 각성과 누구보다도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인해 영혼이 깊은 충격을 받고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야말로 몽테뉴의 삶에서 근원적인 비극이었다. 그는 평화와 이성, 온화함, 관용 등 자신이 영혼을 다 바쳐 맹세한 고결한 정신적 힘들이 자기 세계, 자기 나라에서 효력을 내는 것을 평생 단 한순간도 보지 못했다.”(『위로하는 정신』, 2012)
세계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슈테판 츠바이크는 청년 시절 읽었던 몽테뉴의 『수상록』을 다시 꺼내든다. 20세기 초 인류의 번영을 경험하던 청년 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책이었다.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선 츠바이크는 절절히 고백한다. 이제서야 비로소 몽테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종교전쟁으로 거리에 피가 흐르는 혼돈한 시대에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가장 높은 기술”을 연마하고자 했던, 양보할 수 없는 내면의 본질적인 자유를 지키려 했던 그를, 마찬가지로 피가 흐르는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슈테판 츠바이크가 알아낸 몽테뉴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는 오로지 그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탐색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와 철학을 읽고, 다른 사람을 탐색하며, 그럼으로써 다시 자신을 질책한 사람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돈도, 가족도, 광신주의도, 심지어 자부심과 두려움과 확신마저도 버리고자 했다. 그렇게 무수한 탐색 속에서 그는 다양한 세상의 고유한 삶과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몽테뉴가 3백 년 후의 슈테판 츠바이크에게, 슈테판 츠바이크가 백 년 후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정신이 이번에는 우리를 지키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몽테뉴와는 반대로, 세상으로 나가 싸워야 하는 게 아닐까?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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