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차르’부터 지명한 트럼프…“취임날 사상최대 불법이민 추방”
‘충성파’ 중심의 내각 구성 원칙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을 기용했다.
트럼프는 10일(현지시간) SNS에 호먼 전 ICE 국장대행을 “국경 업무를 맡을 ‘국경 차르’로 지명했다”며 “모든 불법 외국인을 출신 국가로 추방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언급한 ‘국경 차르’가 정확히 어떤 직무를 맡게 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호먼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력한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라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ICE 국장으로 지명됐지만,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해 ‘국장대행’으로 ICE를 이끌다 2018년 물러났다.
캐럴라인 래빗 정권 인수팀 대변인은 호먼 지명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서명할 수십 개 행정명령을 정책고문들이 작성하고 있다”며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주재 대사 역시 트럼프의 측근인 엘리즈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이 낙점됐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스테파닉은 매우 강하고 터프하며 스마트한 ‘미국 제일주의’ 투사”라고 평했다. 스테파닉은 한때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 정치인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2014년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정계에 입문했다.
스테파닉은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과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으나 점차 짙은 보수·우파 성향으로 옮겨간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2019년 트럼프 탄핵 심리 때 트럼프를 옹호하는 선봉에 섰던 스테파닉에게 트럼프는 “새로운 공화당 스타가 탄생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상원 인준 건너뛰고 ‘충성파 속전속결 인사’ 추진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10일 “모든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전쟁 매파가 트럼프 정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미 우파 성향 코미디언의 SNS 게시물에 “100% 동의한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답글을 남겼다. 네오콘과 전쟁 매파를 발탁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외교적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사권 행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상원 인준 절차를 생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서 고위공직자 임명 부담이 줄어든 상태임에도,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불거질 논란이나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의회 절차를 건너뛰고 속전속결 인사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13일로 예정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지도부가 되려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누구든지 반드시 상원에서의 ‘휴회 인준’에 동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휴회 인준은 의회가 휴회일 때 대통령이 의회 인준을 생략하고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휴회 인준을 통해 임명된 공직자는 최대 2년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1기 때 트럼프와 자주 충돌한 미치 매코널이다. 후임을 놓고 존 코닌(텍사스)·존 튠(사우스다코다)·릭 스콧(플로리다) 상원의원의 3파전이 진행 중이다.
스콧 의원은 “100% 동의한다. 가능한 한 빨리 지명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스콧을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라는 글을 올렸다. 튠 의원은 “휴회 임명을 포함한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있다”고 했고, 코닌 의원은 “헌법은 대통령에게 휴회 임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3명 중 누가 당선되든 트럼프는 충성파 내각에 이어 의회 지도부까지 충성파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임선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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