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터지면 아~파트 아파트…“제 아이디어예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1)가 2024 프리미어12 개막을 앞두고 한국 야구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윤동희는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대만 프로야구 웨이좐 드래건스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쿠바와의 2차 평가전에서 솔로홈런을 날린 데 이어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도 홈런을 터트리는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최종 평가전에서 5-1로 승리한 뒤 “윤동희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스윙 궤적을 보니 어떤 공이 와도 잘 맞힐 것 같다. 처음 보는 투수의 공도 충분히 잘 칠 수 있을 것”이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윤동희는 ‘류중일의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최근 세 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빠짐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한 이의리(KIA 타이거즈) 대신 대표팀 막차를 탄 게 그 시작이었다. 윤동희는 아시안게임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면서 타율 0.435·홈런 1개·2루타 3개·6타점·6득점·OPS(출루율+장타율) 1.196을 기록했다.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 바로 그였다. 류중일 감독이 “윤동희를 안 뽑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정도다.
항저우에서 신임을 얻은 윤동희는 두 달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도 대표팀에 다시 발탁돼 중심 타자 역할을 해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중심 타자 겸 주전 우익수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 데뷔 후 세 시즌을 치렀을 뿐인데, 벌써 국가대표 유니폼이 그에게는 ‘맞춤옷’처럼 보인다.
윤동희는 “국제대회가 정말 재밌다. 타석에서 생소한 공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소속 팀에서 뛸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낀다”며 “프리미어12에서는 아시안게임 때보다 더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윤동희의 어깨가 유독 무겁다. 현재 대표팀에 남은 외야수는 윤동희를 포함해 최원준(KIA)·홍창기(LG 트윈스)·이주형(키움 히어로즈) 등 단 4명뿐이다. 타선의 기둥 역할을 기대했던 외야수 구자욱에 이어 또 다른 외야수 김지찬(이상 삼성 라이온즈)이 최근 부상으로 이탈해 빈자리가 커졌다. 여차하면 내야수 신민재(LG)가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해야 할 수도 있다.
득점력도 걱정거리다. 이전 대표팀보다 타선이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팀 마무리 투수 5명이 버티고 있는 불펜 투수진이 “든든하고 강력하다”는 믿음을 얻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책임이 큰 윤동희는 “남은 외야수 4명이 (부상으로 빠진) 선배님들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책임감이 부담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윤동희는 그라운드 안에서뿐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그는 평가전에서 홈런을 친 뒤 최신 유행곡 ‘아파트’의 안무를 따라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트)을 양산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4회 1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친 김형준(NC 다이노스)도 같은 춤을 췄다. 윤동희는 “한국에서부터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주장 송성문(키움) 형이 경기 전 미팅을 소집해 이걸로 확정했다”고 귀띔했다.
한국은 13일 타이베이돔에서 홈팀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슈퍼라운드(4강)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윤동희는 한국전 선발로 유력한 대만 투수 린여우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아시안게임 예선과 결승에서 두 차례 상대해봤다. 윤동희는 “워낙 좋은 투수인데 영상을 보니 공이 더 좋아졌더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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