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통상 어젠다, 취임 100일내 속도전 예상…윈윈 협상책 서둘러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이 ‘트럼프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등 통상정책을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4명을 초청해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경제 준비되었는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종훈 전 국회의원(2007~2011년 통상본부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년 통상본부장),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2019~2021년 통상본부장)가 참석했고,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년 통상본부장)은 영상으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과거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작동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통상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직후 보편관세를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은 신속하게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한구 전 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어젠다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의 실용주의적 사고를 볼 때 협상을 통해 보편관세 등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1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철강이 예외를 적용받은 것처럼 한국이 구체적인 논리를 만들고 딜 메이킹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미 흑자 큰 자동차, 미국 관세 타깃 가능성”
유명희 전 본부장은 “트럼프 정부가 양자 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적자”라며 “새 정부가 보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항상 면제받는 국가 또는 품목이 나올 수 있으니, 협상의 길이 열려 있다는 건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동차 관세를 올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는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최근 큰 흑자를 내는 분야인데,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한구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때 시도는 코로나19로 흐지부지됐고, 현재 한미 간 자동차 관세는 거의 제로”라며 “트럼프 1기 인사들은 ‘그때 자동차 관세 부과 못 한 것을 후회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김종훈 전 본부장 역시 “한국에서 대미 무역 흑자품목인 자동차가 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과 관련해서 박태호 전 본부장은 “전체 폐지보다 보조금 감축 등이 예상된다”며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고, 투자를 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첨단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여한구 전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의 파트너가 될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2006년 한미FTA 협상의 수석대표였던 김종훈 전 본부장은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기존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며 “그런데도 개정 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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