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결선투표 끝에 총리 재선

30년 만에 성사된 일본 총리 지명 결선투표에서 221표를 얻어 재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서 있는 사람)가 축하 박수를 보내는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결선투표 끝에 총리로 재선출됐다. 우여곡절 끝에 2기 내각이 출범했지만, 범여권 의석수가 절반에 못 미쳐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1일 특별국회에서 진행된 총리 재지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를 하고, 총리 지명선거를 하도록 규정한다. 총리에 지명되려면 전체 의석(465석)의 과반(233석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1차 투표에서 연립 여당(자민당+공명당, 215석)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자민당으로 돌아온 의원(6석)을 더해 총 221표를 얻는데 그쳐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이끄는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151표를 얻었다.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성사된 결선 투표에는 이시바 총리와 노다 대표가 올랐다. 국민민주당(28석)과 일본유신회(38석) 등이 자당 대표에 투표하는 무효표(총 84표)를 선택하면서 221표의 이시바 총리가 승리했다. 노다 대표는 1차보다 9표 늘어난 160표를 기록했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니혼게이자이]

총리 지명 선거날인 이날 오전 ‘변수’도 등장했다. 자민당과 정책 면에서 부분 연립을 추진하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의 불륜 관련 보도다. 다마키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보도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민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예정대로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마키 대표에게 투표하기로 했다. 자당 대표에 투표하는 무효표 전략을 통해 사실상 이시바 총리 재선출을 도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저녁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지난달 1일 출범했던 내각(국무위원) 인사 대부분이 유임됐다. 하지만 정권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총선 패배 탓에 17개 상임위원회 중 위원장이 야당인 위원회가 2개에서 7개로 늘었다. 국정운영을 위한 요직인 예산위원장마저 30년 만에 처음으로 입헌민주당에 내주게 됐다. 자칫 ‘식물 내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치 전문가인 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오면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될 우려가 있어 내우외환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내년 봄을 위험 시점으로 꼽았다.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 ‘이대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오 교수는 “내년 봄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