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 "결국 경제가 문제…내년 봄 이시바 끌어내리기 가능성"

오누키 도모코 2024. 11. 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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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11일 열린 특별국회에서 결선투표 끝에 총리로 재선출됐다. 하지만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의 의석 과반수 미달인 ‘여소야대’ 상황이라 향후 정권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 전문가 이오 준(飯尾潤)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단결하면 언제든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될 우려가 있는데다 당내에서 ‘이탈표’가 나올수 있어 내우외환 상태”라며 “(이시바 총리가) 이대로 반전을 꾀하지 못하면 자민당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오 교수는 “자민당에 필요한 건 국회에서 의원들이 성실히 법안 심의를 하는 등 새로운 정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5일 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Q 11일 특별국회에서 이시바 총리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를 꺾었다. 자민당은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민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난국을 헤쳐나갈 생각인 것 같다.
A "국민민주당의 눈치를 살피는 것만으론 잘 안 된다. 국민민주당이 요구하는 ‘103만엔의 벽’(※연소득 103만엔을 넘으면 소득세가 발생하는 제도) 상한선 인상 등은 필요한 재원이 많은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있는 정책이다. 실현하기는 쉽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을수 있을지 미지수다.정책별로 찬반을 결정하는 건 유럽에선 당연한 일이다. (자민당도) 여러 정당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타협할수 있을 것이다. (국민민주당과의 협조만으론 기반이 불안정해) 언제 일본유신회에도 협조를 구하게 될 것이다."

Q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비자금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데엔 성공했다.
A "이시바 총리는 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야가 팽팽한데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면 예산안이나 각종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될 우려가 있어 이시바 총리는 내우외환 상태다.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 (2025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내년 봄에) ‘이대론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유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자민당 총재가 바뀌더라도 또 혼란스러워지면 자민당은 단결력마저 사라졌다고 더욱 국민의 지지를 잃어버리면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

11일 일본 국회에서 제103대 총리에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Q 이시바 총리가 반전을 꾀할수 있다면?
A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가 인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정책이 결정된다는 불투명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이시바 총리에게 기대한 건 대화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다. 기시다 정부의 계승만으론 안 된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야당과의 협의를 맡는) ‘국회 대책’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 등이 기존처럼 법안 표결을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여야가 국회에서 성실히 잘 심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으면 이시바 총리의 구심력이 높아지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이 입헌민주당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Q 입헌민주당은 정권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A "(아직 준비가 안돼서) 우선 자신들의 매력을 높여야 할 때다.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정부(2009~2012년) 시절부터 오랜 과제인 주요 정책에 대한 당내 논의가 정리되지 않는 건 여전하다. 관료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입헌민주당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총선에 임하는 것일 것이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11일 일본 국회 총리 지명 결선투표에서 한 표를 던지고 있다.EPA=연합뉴스

Q 지난달 총선 결과, 온건 보수 성향의 노다 대표가 이끄는 입헌민주당이 약진했다. 일각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에 비해 일본 정치가 중도화됐다는 시각이 있다.
A "아베 전 총리 시절엔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민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기시다 전 총리 시절부터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은 역시 경제다. 아베 전 총리 본인은 우파이지만 도입한 정책은 중도 노선이었다.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한국, 미국처럼 정치적으로 큰 대립 축이 없어서 양극화가 심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하다. 여전히 일본 국민들이 (온라인에서) 신문 등을 통해 뉴스에 접하고 있고, SNS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은 소수다. 주요 신문사마다 정치적 입장은 다소 다르지만, 예컨대 ‘비자금 문제’에 대해 보수 성향의 신문이 전혀 보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관계에 대해선 국민 사이에 대체로 일치된 견해가 형성돼 있다. 그만큼 정치에 에너지를 쏟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대립이 격화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Q 내년 6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은 어떻게 될까?
A "현재 자민당 내에선 이시바 총리가 가장 적임자다. 양국 모두 국민 감정도 많이 개선됐다. 다만 당내 우파의 반대에 부딪혀 이시바 총리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 봄에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가능성도 있어, 내년 6월엔 일본 정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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