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도 안 나오는데…끝까지 치매노인 가족 찾아 준 새내기 경찰
강남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80대 치매 노인이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살펴본 새내기 경찰관의 노력으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 도곡지구대 소속 양상훈(29) 순경은 지난 6일 중국 국적의 여성 박모(80)씨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2시쯤 강남 역삼동의 한 카페 앞에서 “중증 치매 노인이 길을 잃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호 조치를 취한 뒤 가족에게 그를 인계하려 했다. 경찰은 박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이름, 사는 곳, 가족 등을 물어보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박씨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터라 의사소통이 순조롭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박씨 손가락 지문이 흐릿한 탓에 지문을 이용한 당사자 신원 확인도 불가능했다. 실종 신고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여서 가족이나 보호자도 확인할 수 없었다. 신원확인이 안 돼 구청 등 유관기관에서도 박씨를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씨는 별다른 진척 없이 지구대에서 반나절 가까이 머물렀다.
양 순경은 선배 경찰관들과 논의한 끝에 직접 인근 CCTV 관제센터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양 순경은 CCTV를 돌려보면서 최초로 박씨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역삼동 카페에서부터 그의 동선을 역추적했다. 결국 1시간여 동안 CCTV를 확인해 박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확인하고 곧바로 이 건물로 찾아갔다. 양 순경은 불이 켜진 집에 방문해 박씨가 보호자인 아들과 함께 이 건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해당 건물주에게 연락해 박씨 가족과도 연락이 닿았다. 박씨는 이날 오후 9시쯤 무사히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양 순경은 지난해 12월 입직한 새내기 경찰관이다. 그는 “할머니께서 경찰 최종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는데, 그런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꼭 가족을 찾아드리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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