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학습효과' 현실화…음주사고 후 술타기 전국서 잇따라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는 지난 5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술을 마셨다"고 뒤늦게 자백했지만 정작 재판에선 음주운전 혐의가 빠졌다. 김씨가 사고 직후 편의점으로 가 맥주를 더 마시는 '술타기'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술타기를 하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어렵다. 이 수법이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김호중 학습효과'가 현실화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오전 4시쯤 성남시 성남대로에서 20대 음주 운전자 A씨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있던 30대 남성을 치었다. 피해자는 운영 중인 무인 빨래방을 점검하러 가는 길이었다. A씨 차량은 피해자가 밑에 깔렸는데도 10m 가량 불꽃을 튀기며 주행했다. A씨는 그대로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6일 오전 7시, 사고 현장 일대 오피스텔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그는 경찰에 빈 술병을 보여주며 "귀가한 뒤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술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추궁해 사고 이후 술을 마신 적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술에 취해 경황이 없을 법한데도 '술을 더 마셨다'고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며 "초동수사를 통해 거짓 진술을 간파해서 다행이지 술을 더 마셨으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엔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60대 남성 B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뒤따르던 차량에 재차 치인 뒤 사망했다. 뺑소니로 현장을 벗어난 B씨는 같은 날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3%보다 조금 낮았다.
B씨는 경찰에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대신 사고 발생 이후인 오전 9시에 소주를 마셨다며 구매 영수증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찰이 B씨가 전날 밤 술집에 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술타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한 경우, 시간당 알코올농도 분해량과 음주량·알코올 도수 등을 종합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추정해 증거 자료로 쓴다. 하지만 술타기를 하면 이 공식을 쓰기 어려워지고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상당수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와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호중씨 사건에서도 위드마크가 무용지물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심으로써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게 했고 음주운전 혐의가 기소에서 빠졌다"면서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보완 입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는 현 상황을 비꼬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5년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는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한 형량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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