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롯데지주·케미칼, 임원 급여 일부 반납…“책임 경영 차원”

김경미 2024. 11.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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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쇄신 속도를 높인다. 지주사와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유통군 계열사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책임 경영 차원”


1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화학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데 따른 결정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지주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급여의 20~30%를, 화학군 계열 임원들은 10~30%를 반납할 예정이다. 급여 자진 반납을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발 과잉 공급 여파로 악화된 국내 석유화학 업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발적 급여 반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때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부터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2002억원,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영업이익(103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7% 감소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영업손실 317억원을 기록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 케미칼 등 롯데 주력 사업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지주의 실적 둔화 추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속되는 군살 빼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모습. 연합뉴스
주요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긴축에 나섰다. 롯데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유통 계열사는 잇따라 인력 감축을 시행하며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희망퇴직 공고를 내고 오는 22일까지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 2020년 팬데믹 시기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도 지난 6월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롯데면세점, 코리아세븐도 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히 중국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면세점은 이미 전체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서울 중구에 있던 본사를 강동구 천호동으로 이전했고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 매각을 진행 중이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어든 매출(3조5684억원)을 기록했다. 전 사업부의 매출이 동반 하락했고, 주력 사업인 백화점(-8%), 마트(-11.6%), 수퍼(-11%)의 영업이익도 줄어 고민을 안겼다.


칼바람 속 임원 인사는


롯데그룹의 경영 상황은 다가올 정기 임원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에 정기 인사를 시행하지만 그룹 쇄신을 위해 이달로 앞당겨 시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각 계열사는 지난 8월 임원 공적서 제출 등 평가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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