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또 나오나... ‘이 약’ 유력 후보
◇국산 신약 37개… 올해 ‘자큐보’ 1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허가된 국산 신약은 총 37개다. 1999년 SK케미칼 항암제 ‘선플라’가 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 받은 뒤, 코로나19로 신약 임상·심사가 지연되던 2019~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평균 1~2개 약이 허가·출시됐다.
최근 4년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2021년에만 ▲유한양행 ‘렉라자(항암제)’ ▲셀트리온 ‘렉키로나(코로나 치료제)’ ▲한미약품 ‘롤론티스(호중구감소증 치료제)’ ▲한림제약 ‘브론패스(급성기관지염 치료제)’ ▲대웅제약 ‘펙수클루(역류성식도질환 치료제)’ 등 5개 약이 허가 받았다. 2022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코로나 백신)’ ▲대웅제약 ‘엔블로(당뇨병 치료제)’ 등 2개의 국산 신약이 나왔고, 지난해는 국산 신약 허가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역류성식도질환 P-CAB 치료제 ‘자큐보’가 37번째로 신약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오피란제린’, 연내 허가 여부 판가름… 비보존 “긍정적 기대”
자큐보 이후론 국산 신약 허가 소식이 잠잠한 상황이다. 유력 후보는 있다. 비보존제약이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이다. 앞서 비보존제약은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으로, 심사에 통상 1년 내외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허가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내심 허가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6월 신약마케팅본부를 신설해 사전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허가 여부는 오직 식약처의 결정 영역”이라면서도 “우수한 임상 3상 결과와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품목허가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란제린은 허가 신청 근거가 된 임상 3상에서 효과·안전성을 입증했다. 해당 임상은 복강경 대장 절제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오피란제린 주사제를 투여한 후 일차 평가 지표인 ‘투여 개시 후 12시간 통증 강도 차이 합’을 평가한 결과, 위약군 대비 평균 35% 높은 통증 감소를 보였다.
오피란제린이 허가된다면 수술 후 중등도 이상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동안 이들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를 주로 사용해왔는데, 부작용이나 중독과 같은 문제가 동반되곤 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이 같은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중등도 이상의 수술 후 통증을 치료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며 “최종 목표는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국내 품목 허가가 된다면 추가 글로벌 임상을 통해 해외 허가와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고 했다.
◇국산 신약 계속 늘어날 듯 “파이프라인 많고 임상 3상 종료 약도”
오피란제린을 제외하면 연내 허가를 기대할만한 약은 사실상 없다.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나 LG화학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정도가 후보로 거론되나, 전자는 미국에서만 허가·판매 중일 뿐 국내에선 허가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며, 후자 또한 아직 3상을 진행 중이다. 세노바메이트 국내 상업화 권리를 갖고 있는 동아에스티 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2026년 급여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환자·의사들의 요청이 많아 최대한 빠르게, 보완 자료 요청이 없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허가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은 적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국산 신약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수 자체가 전보다 증가했고, 임상 3상을 마친 약들도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파이프라인이 많아지면 기존 신약을 대체하는 약도 많아질 것”이라며 “FDA 사례를 비춰볼 때, 항암제나 희귀의약품, 특히 ADC와 같은 새로운 모달리티의 약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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