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종사자, 52시간제 예외 가능" 반도체법 발의, 통과까진 난항

황수연 2024. 11.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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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1일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2035년까지 주 52시간 근무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목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당정이 합의한 법안을 내놓은 건데, 야당과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에는 반도체 업계가 필요성을 꾸준히 거론해 온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와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규제 예외 조항 등이 포함됐다.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과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등 지원기구 구성 등의 근거도 담겼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한 데 따라 여당은 주 52시간제 적용서 반도체 R&D인력 등은 예외로 할 수 있는 반도체특별법을 11일 발의했다. 셔터스톡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인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최종안을 두고 의견을 조율해왔다. 이철규 의원은 법안을 제안하면서 “선진 경쟁국들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국가의 운명을 건 ‘국가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 정책은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에 제한돼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도전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에 대해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법에선 ‘필요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해 보조금을 지급할 근거를 명시했다. 일각에선 보조금 지급이 대기업 지원으로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대기업 지원에 대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얘기”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 운용의 묘를 발휘하면 된다”라고 했다.

특히 법안에는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이 담겼다.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한해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런 특례는 2035년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위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면 관계부처 의견을 모아 시행령을 제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타이중에 있는 대만 반도체 TSMC 로고. 셔터스톡

반도체 업계는 해외 경쟁업체들이 시간에 구애 없이 기술력 끌어올리기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가 큰 걸림돌이 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 직원들은 종종 주말과 새벽까지 근무하지만, 파격적인 보상으로 이직률이 업계 평균보다 낮다. 대만 TSMC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고 R&D팀을 3교대로 돌리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2014년부터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특별연장근로 형태로 필요할 때 정부 인가를 받아 주 최대 6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조건이라 절실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론됐던 것이 미국이 고위관리직과 전문직, 고소득자 등을 근로시간 규제 대상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면제)’ 제도다.

여당은 야당과 합의를 거쳐 28일 반도체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조금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반면,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선 우려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당연한 요구”라면서도 “전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주 52시간제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합의가 안 될 수 있다”라며 “여당 통합안에 넣어 법안심사소위에서 검토하겠지만 향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지난 7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바이오·2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R&D 근로자의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노동계와도 합의도 필요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노조는 특정 인력에 대한 예외 조항이 주 52시간제를 후퇴시킨다며 반대한다.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것이다. 당정은 향후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상의 휴게 시간 준수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등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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