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같은 32강전, 신진서 삼성화재배 첫판서 제일 껄끄러운 상대 만난다
신진서 vs 왕싱하오.
만나도 너무 일찍 만났다.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두 명이 본선 1회전에서 맞부딪친다. 11일 경기도 고양시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32강전 조 추첨식에서 한국 신진서 9단과 중국 왕싱하오 9단의 대결이 성사됐다. 명실공히 세계 최강 신진서와 신진서가 꼽은 “가장 껄끄러운 상대” 왕싱하오의 대결이다. 둘 중 하나는 12일 본선 1회전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야 한다.
신진서와 왕싱하오는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도 32강에서 만났다. 지난 대회에서는 신진서가 가볍게 왕싱하오를 물리쳤지만, 지난 7월 열린 응씨배 16강에선 신진서가 패했다. 공교롭게도 왕싱하오는 지난주 열린 난양배 4강에서 신진서와 나란히 승리해 내년 2월 열릴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다음 세계대회 결승전 상대를 삼성화재배 첫판에서 먼저 만나게 된 것. 우연치고는 고약하다. 신진서는 대진 추첨식 뒤 인터뷰에서 “대진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랭킹 3위 변상일 9단과 중국 랭킹 4위 커제 9단도 32강에서 만난다. 두 기사도 신진서와 왕싱하오처럼 LG배 결승에 올라가 있다. 올해 삼성화재배 32강전은 내년 초 잇달아 열릴 두 세계대회 결승전의 전초전이 돼 버렸다. 홍민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두 세계대회 결승 진출자들이 32강에서 서로 맞붙는 뜻밖의 대진이 완성됐다”며 “당황스러운 대진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32강 조 추첨식 전에 열린 개막식에는 삼성화재배를 후원하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정영호 상무, 대회 주최사인 중앙일보의 최훈 주필, 대회 주관사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 한국 프로기사협회 한종진 회장, 왕레이 중국 선수단장, 김수준 일본 선수단장, 양보웨이 대만 선수단장 등 내빈과 참가 선수 32명 전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정영호 상무는 “올해 삼성화재배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통합예선을 다시 시작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선수들이 모인 만큼 모든 참가자가 최고의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도 오랫동안 기억될 명승부가 펼쳐지기를 기원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은 인사말에서 “승패를 떠나 선수 각자 인생의 명국을 남겨보겠다는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대회에 임해주시기 바란다”며 “각국 선수가 모처럼 우애와 친교를 쌓는 전 세계 바둑인의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024 삼성화재배 32강전은 12, 1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이어 14일과 15일 16강전, 16일과 17일 8강전, 18일과 19일 4강전, 20∼22일 결승 3번기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본선 경기는 매 라운드 종료 후 새로 대진을 추첨한다.
2024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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