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단임 트럼프, 통상서도 ‘원샷’ 정책, 韓 숨쉴 틈 없을 것”

김혜지 2024. 11. 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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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불확실성 마주한 韓 경제> (상) 통상 쓰나미, 더 빨리 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하는 통상 분야에서의 ‘트럼프 쓰나미’는 1기(2017~2021년)보다 ‘더 세지고, 더 빠르게’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년 단임이라는 시간 제한, 1기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통상 분야에서 ‘원샷’ 정책을 숨 가쁘게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4년과 대선 준비 기간 4년을 거치면서 ‘팀 트럼프’(트럼프 참모진)의 통상 분야 정책에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상대국에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단계적 협상을 거쳐 양국 간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았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2기는 트럼프 1기를 경험 삼아 더 빠른 결론 도출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11일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재집권 4년을 끝이라 보고 원샷으로 정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을 처음 수립하고 시행하기까지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됐던 지난 집권 때와는 달리 지금은 공부가 많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트럼프 2기는 한국에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으로서는 숨 쉴 틈이 줄어들면서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각적인 페널티도 예상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다자주의의 완전한 붕괴로 트럼프 정부가 자의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도 “다자해결을 통한 문제해결은 더 이상 어렵고, 양자협상이라는 틀을 통해 요구조건을 내걸고 본인들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는 보복관세 등 즉각적인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무력화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 국가를 대상으로 보편관세를 10~20% 일률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최 고문은 “한국은 현재 대미 교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데 관세 10%를 비용으로 지불하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며 “한·미 FTA 여러 내용 중 특혜관세 효과는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對)중국 관세율을 최소 60%까지 높이고, 중국의 멕시코 우회투자 차단을 겨냥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정 시 한국 경제에 미칠 연쇄효과도 고민거리다. 최 고문은 “원산지 규정을 얼마나 강화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어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중국산 원자재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 때 중국 원자재를 하나도 못 쓰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원 의회를 모두 장악해 강력한 국정 동력을 확보한 점도 트럼프 1기 때와 다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상·하원 합의 도출이 오래 걸려 행정명령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입법도 가능하고 큰 규모 협정의 경우 의회 비준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역시 트럼프 1기를 경험한 만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미국, 중국 갈등이 한창 격화했던 트럼프 1기를 지나 현재는 각국에 매길 관세율 등 어느 정도는 가르마가 타졌다”며 “한국이 미국에 이미 많은 투자를 해온 점을 최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해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최 고문은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중국은 효과적으로 배제되고,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 투자가 힘들어진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어났는데, 이 부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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