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빠진 中 2000조 돈 풀기…시장 실망, 위안화 약세
11일 중국 위안화 가치가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당 7.2위안’을 또 뚫고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2000조에 이르는 대규모 부양책을 꺼냈지만, 시장이 기대한 실물 경기와 관련된 대책은 빠져있어서다.
위안화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중국 역외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0057위안 하락한(환율은 상승) 7.2031위안에 거래됐다. 1달러당 7.2위안 선을 뚫은 것은 물론, 8월 1일(7.2497위안) 이후 넉 달여 만에 가장 낮다. 중국 외환 당국의 통제를 받는 역내시장에서도 이달 초 7위안 선까지 오른 위안화는 이날 달러당 7.1872위안까지 밀려났다.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가 맥을 못 추는 건 ‘10조 위안(약 1937조원) 부양책’에 시장이 실망한 영향이 크다. 지난 8일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5년간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10조 위안 상당의 자금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 안팎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됐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실물 경기 부양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황쉐펑 중국 안방사모펀드 리서치 책임자가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대환하는 방안은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아 GDP 성장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한 이유다.
트럼프 재집권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 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는 점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압박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에 대한 60% 고율 관세가 시행될 경우 내년 중국 GDP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M증권에 따르면 UBS와 씨티그룹은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현실화되면 중국의 성장률은 각각 2.5%, 2.4%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약세와 트럼프 리스크는 국내 외환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 특성상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이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화값(3시 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8.3원 하락한(환율 상승) 1394.7원을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실망스러운 재정 부양책으로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원화값은 달러당 14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부양책 실망감이 촉발한 위안화 약세 충격에 원화값이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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