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보증 등 정책금융 1900조 육박…국가채무보다 빨리 늘었다

임성빈 2024. 11. 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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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내주는 대출‧보증 등 정책금융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정책금융 급증이 가계 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대출‧보증‧보험‧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68조4000억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86조원(4.8%) 증가한 규모다. 같은 해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1092조5000억원)의 1.71배 수준이다.

김주원 기자

문제는 정책금융이 불어나는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점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정책금융은 50.4%(625조8000억원) 증가했다. 9년 전(2014년·849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119.8%(1018조5000억원) 늘어나며 같은 기간 국가채무 증가 속도(117.2%)보다 빨랐다.

정책금융은 보증과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보증은 5년 전 대비 57.2% 증가하며 전체 정책금융 증가를 견인했다. 보증에서 늘어난 금액 대부분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을 공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발생하고 있다.

HUG의 보증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중이다. 올해도 정부는 HUG가 보증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4조7000억원을 출자했다. 앞으로도 HUG가 공급하는 보증은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HUG는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사고가 급증하자 자본 확충을 위해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하려다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관련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책대출도 5년 새 43.7% 증가했다. 대출 중에서는 중소기업은행 대출과 함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결국 부동산 관련 보증‧대출이 전체 정책금융 증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금융은 주거 복지나 수출기업 지원 등 정책적 수요가 많아지면 함께 커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정책대출이 지목되며 증가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부 정책대출 등에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정책금융 증가 속도는 줄여야 하겠지만 크게 둔화하면 저소득층의 주택 마련이나 전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반적으로 균형을 잡아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등 정책금융을 규제를 통해 조이면 가계부채 증가를 일부 통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속도를 둔화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수위를 조정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늘어난 정책보증‧대출이 부실화해서 공공기관이 손실을 본다면 이는 결국 정부 재정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국회에서는 정책금융 공급의 연간 증가율에 제한을 거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금융 공급 총액의 증가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책금융 공급 총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5%를 넘지 못하게 하고, 정책금융 공급 현황을 반기마다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 정책대출에 DSR 규제 등을 적용하면 정책금융 총 증가율은 바로 둔화할 수 있다”며 “부작용이 큰 정책금융은 속도 조절을 하면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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