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vs "공천 대가"...명태균이 받은 세비 9000만원 정체는
검찰이 정치브로커 명태균(54)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혐의를 둘러싼 주요 쟁점마다 피의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명씨 관련 수상한 자금이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 공천 대가인지 등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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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명태균, 김영선 전 의원 추천했나?
우선 명씨가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는지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가 공천을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공직 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누구든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명씨는 윤 대통령 등에게 김 전 의원을 추천한 건 맞지만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검찰 조사 직후 명씨는 “누구나 사람을 추천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전 그냥 대통령과 여사 주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어떤 공직이나 위치에 있어 발언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여사님도 사적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냥 의견을 냈을 뿐이지 (윤 대통령 부부가) 받아들이거나 이런 것은 잘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 부부가 실제 국민의힘 개입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천은 했지만…너스레 좀 떨었을 뿐”
실제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경남 창원의창) 받아 당선됐다. 이와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 측은 “명씨가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이미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녹취록도 공개됐다. 김 전 의원 공천 발표 전(2022년 5월 10일) 명씨가 강씨에게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 선물이래”(2022년 5월 2일)이라고 말하거나,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그건(공천) 김영선이 좀 해줘라”고 말한 내용 등이다.
최근에는 재보궐선거 이후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 그거 들통날까 봐 지금 전전긍긍하는 거라”(2022년 7월)는 명씨 목소리가 담긴 녹음이 나오기도 했다. 여러 녹취와 관련해 명씨는 지난 9일 “사적으로 (안 지) 한 10년 된 강씨한테 제가 좀 너스레 떨고, 좀 오버하고 그다음에 격려 차원에서 한 얘기를 꼭 사실화시켜서 얘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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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세비 9000만원의 정체는?
김 전 의원→회계책임자 강씨→명씨에게로 흘러간 세비 등 9000여만원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5차례 걸쳐 옮겨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강씨는 “김 전 의원 공천 대가”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명씨는 “(김 전 의원 선거 과정에서) 빌려준 돈”이라고 한다. 지난 9일 창원지검에 출석하면서 명씨는 “6000만원, (이보다 앞서) 진해(선거)할 때 3000만원, 9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씨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씨가 ‘선거 비용이 부족하다’고 재보궐선거가 열린 2022년 4월·6월 명씨한테 약 6000만원을 빌려서 갔고, 이 돈을 포함한 9000여만원을 올해 1월 강씨가 김 전 의원한테 받아 명씨 등 4명에게 갚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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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빌린 돈이다”…강 “그건 다른 돈”
하지만 강씨 측은 “(지난 1월 변제금은) ‘세비 반띵’의 다른 돈”이라며 “‘9천’이란 얘기가 계속 나오니 이를 헷갈리게 하려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강씨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이) 의원 활동을 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명씨에게 지급한 돈”이라며 “공천 대가로 명씨가 달라고 했고 김 전 의원도 인정했기에 준 것이고, 이미 녹취록에 ‘○○이(명씨 딸) 운운’하면서 명씨가 한 얘기가 공개돼 있다”고 했다. 이 녹취록은 “이 명태균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 그거 하라고 (공천을) 줬는데…여사가 알아서 ○○이하고 우리 내 생계가 안 되기 때문에 알아서”(2023년 6월 1일)라고 명씨가 말한 내용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1월에 갚은 그 돈이 매월 (세비 등을) 모은 그 돈”이라며 “김 전 의원이 목돈이 없는 사람이다. 1월에 어떻게 갑자기 9000만원이 나오냐”고 반문했다.
③예비후보 2명은 미한연에 왜 돈을 줬나?
지난 지방선거(2022년 6월)를 앞둔 대구·경북 지역 정치인 2명이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국소에 준 돈의 성격도 이번 사건의 핵심 논란거리다. 검찰은 명씨 등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2021년 말 이들 2명에게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이 돈은 미래한국연구소로 갔는데, 이 때문에 연구소 실소유주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씨와 법인등기상 대표이자 소장이었던 김모(60)씨는 “실질적 소유주가 명씨”라고 했다. 또 명씨가 이 돈을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에 썼고, 그 비용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다만, 정치인 2명은 공천을 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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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연 실소유주’ 쟁점이 된 이유
이에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소유주가 자신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김씨 등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인 2명이) 미래한국연구소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명씨는) 선관위 조사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김씨와 강씨 측은 명씨 측 반박 녹음 파일과 관련, 당시 명씨가 답변을 강요했고 자신들이 반박하기 전 명씨가 자기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이들 공방은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추후 재판까지 진행되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명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넨 게 맞다’는 취지의 한 예비후보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1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때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준 대가로 25차례 걸쳐 9000여만원을 주고 받은 혐의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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