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vs "공천 대가"...명태균이 받은 세비 9000만원 정체는

안대훈, 황수빈 2024. 11. 11.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정치브로커 명태균(54)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혐의를 둘러싼 주요 쟁점마다 피의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명씨 관련 수상한 자금이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 공천 대가인지 등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9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①명태균, 김영선 전 의원 추천했나?


우선 명씨가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는지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가 공천을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공직 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누구든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명씨는 윤 대통령 등에게 김 전 의원을 추천한 건 맞지만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검찰 조사 직후 명씨는 “누구나 사람을 추천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전 그냥 대통령과 여사 주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어떤 공직이나 위치에 있어 발언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여사님도 사적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냥 의견을 냈을 뿐이지 (윤 대통령 부부가) 받아들이거나 이런 것은 잘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 부부가 실제 국민의힘 개입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천은 했지만…너스레 좀 떨었을 뿐”


실제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경남 창원의창) 받아 당선됐다. 이와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 측은 “명씨가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이미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녹취록도 공개됐다. 김 전 의원 공천 발표 전(2022년 5월 10일) 명씨가 강씨에게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 선물이래”(2022년 5월 2일)이라고 말하거나,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그건(공천) 김영선이 좀 해줘라”고 말한 내용 등이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에는 재보궐선거 이후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 그거 들통날까 봐 지금 전전긍긍하는 거라”(2022년 7월)는 명씨 목소리가 담긴 녹음이 나오기도 했다. 여러 녹취와 관련해 명씨는 지난 9일 “사적으로 (안 지) 한 10년 된 강씨한테 제가 좀 너스레 떨고, 좀 오버하고 그다음에 격려 차원에서 한 얘기를 꼭 사실화시켜서 얘기한다”고 했다.



②세비 9000만원의 정체는?


김 전 의원→회계책임자 강씨→명씨에게로 흘러간 세비 등 9000여만원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5차례 걸쳐 옮겨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강씨는 “김 전 의원 공천 대가”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명씨는 “(김 전 의원 선거 과정에서) 빌려준 돈”이라고 한다. 지난 9일 창원지검에 출석하면서 명씨는 “6000만원, (이보다 앞서) 진해(선거)할 때 3000만원, 9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씨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씨가 ‘선거 비용이 부족하다’고 재보궐선거가 열린 2022년 4월·6월 명씨한테 약 6000만원을 빌려서 갔고, 이 돈을 포함한 9000여만원을 올해 1월 강씨가 김 전 의원한테 받아 명씨 등 4명에게 갚았단 얘기다.

명태균씨가 지난 8일 경남 창원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명 “빌린 돈이다”…강 “그건 다른 돈”


하지만 강씨 측은 “(지난 1월 변제금은) ‘세비 반띵’의 다른 돈”이라며 “‘9천’이란 얘기가 계속 나오니 이를 헷갈리게 하려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강씨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이) 의원 활동을 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명씨에게 지급한 돈”이라며 “공천 대가로 명씨가 달라고 했고 김 전 의원도 인정했기에 준 것이고, 이미 녹취록에 ‘○○이(명씨 딸) 운운’하면서 명씨가 한 얘기가 공개돼 있다”고 했다. 이 녹취록은 “이 명태균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 그거 하라고 (공천을) 줬는데…여사가 알아서 ○○이하고 우리 내 생계가 안 되기 때문에 알아서”(2023년 6월 1일)라고 명씨가 말한 내용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1월에 갚은 그 돈이 매월 (세비 등을) 모은 그 돈”이라며 “김 전 의원이 목돈이 없는 사람이다. 1월에 어떻게 갑자기 9000만원이 나오냐”고 반문했다.


③예비후보 2명은 미한연에 왜 돈을 줬나?


지난 지방선거(2022년 6월)를 앞둔 대구·경북 지역 정치인 2명이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국소에 준 돈의 성격도 이번 사건의 핵심 논란거리다. 검찰은 명씨 등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2021년 말 이들 2명에게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이 돈은 미래한국연구소로 갔는데, 이 때문에 연구소 실소유주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씨와 법인등기상 대표이자 소장이었던 김모(60)씨는 “실질적 소유주가 명씨”라고 했다. 또 명씨가 이 돈을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에 썼고, 그 비용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다만, 정치인 2명은 공천을 받진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지난 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서 검찰의 8번째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미한연 실소유주’ 쟁점이 된 이유


이에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소유주가 자신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김씨 등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인 2명이) 미래한국연구소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명씨는) 선관위 조사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김씨와 강씨 측은 명씨 측 반박 녹음 파일과 관련, 당시 명씨가 답변을 강요했고 자신들이 반박하기 전 명씨가 자기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이들 공방은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추후 재판까지 진행되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명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넨 게 맞다’는 취지의 한 예비후보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1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때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준 대가로 25차례 걸쳐 9000여만원을 주고 받은 혐의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