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짜리 농민 시설물들의 놀라운 현재 모습
[무주신문 이진경]
영세·고령 농업인들의 생산농산물 판매 및 소득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농산물 공동수집장'. 다른 말로는 '순회수집장'이라고도 불린다. 황인홍 전북 무주군수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순회수거 사업이 2019년 마을별로 수집장 설치 공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본격 운영에 들어간 지 4년이 훌쩍 지났다.
▲ 농산물 공동수집장 내부. 빗자루 등 도구들이 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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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농업인도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 자가 운송 능력이 없는 농업인, 품목별 재배면적 300평 미만 또는 출하수량 100박스 이하 생산자다.
영세·고령 농민 소득보장 위한 시설, 그런데...
즉, 무주군에서 마을에 설치한 공동수집장에 품목에 관계없이 농산물을 내놓으면 농협(무주반딧불조합공동사업법인, 아래 조공)에서 수거해 간다. 수거한 농산물은 조공에서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선별·포장한 후 인근 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옮겨져 도매시장에 출하된다. 경매나 매매 등에 의해 거래가 완료되면 농산물 생산 농업인에게 대금이 정산되는 구조다.
무주군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무주 관내에 있는 농산물 순회수거 수집장은 모두 70개소다. 다만, 기자는 '2023년 무주군 농산물 순회수거 판매사업 운영 계획서'에 나와 있는 68개소 대상마을 목록을 갖고 현장을 돌아봤다. 이중 무주읍 5개소, 무풍면 4개소, 설천면 6개소, 적상면 2개소, 안성면 9개소, 부남면 5개소 등 총 31개소의 마을 공동수집장을 살펴봤다.
청소상태가 양호한 수집장도 있었지만, 일부는 언제 농산물이 수거됐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먼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거미줄이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수집장은 청소용품 보관함이나 마을공동용품 창고로 전락했다. 실제 고령의 마을주민들은 공동수집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거니와, 용도를 그저 '창고'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업 초창기, 우려대로 위치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농산물을 싣고 나를 수 있는 1톤 트럭의 접근도 쉽지 않아 수집장 대신 아예 공동집하장을 이용한다는 농가도 있었다.
▲ 농산물 공동수집장 외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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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니, 농산물을 갖다가 올려놓을 수 있는 수집대와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된 CCTV 모니터 화면함이 눈에 띄었다. 수집대 위엔 농사용 차양막 더미와 포대 자루가 놓여 있었고, 또 다른 한편에는 비료 한 포대도 보였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농산물 출하통지서엔 2021년 6월 기준, 시범적으로 써놓은 것이 전부였다. 수집장 점검표를 보니, 2022년 10월 12일에 마지막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나와 있었다. 청소 상태 '양호', CCTV상태 '양호', 물건적재여부 '부' 기타사항 '이상 없음'으로 기재돼 있었다.
▲ 농산물 공동수집장 내부에 비치된 점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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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공동수집장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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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마을 수집장'. 점검표엔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일곱 차례의 점검이 이뤄진 후 10월 12일이 마지막이었고, 2023년에는 6월 23일 한 번만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적혀 있었다.
'O마을' 수집장은 청소용품 보관 창고로 전락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갖다놓은 수수 빗자루와 싸리 빗자루, 플라스틱 도로비와 삽, 쓰레받이 등은 물론 낫과 호미, 부직포 보온덮개 등 농사용품 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서 콩을 고르고 있던 주민 김아무개씨(89)에게 수집장에 농산물을 갖다 놓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노인당 일자리에서 싸리 빗자루 갖다 놓는 창고"라며 "싸리 빗자루며 괭이, 호멩이 등 전부 다 있다"라고 답했다.
점검표를 보니, 지난해 6월 한 차례 점검 뒤 올해 5월 21일에도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돼 있었는데, 청소상태 양호, 물건적재여부 '부'로 적혀 있었다. 기타사항에선 '정리정돈' 이라고 쓰여 있었다. (다음 기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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