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숨긴 시신에 판결 내린 대법원…“생존 확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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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난 4월 확정 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소송당사자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법원에 알리지 않은 채 소송을 이어갔으며, 나아가 시신을 냉동고에 14개월 동안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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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안타깝지만 사망 사실 인지할 방법 없어”
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난 4월 확정 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소송당사자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법원에 알리지 않은 채 소송을 이어갔으며, 나아가 시신을 냉동고에 14개월 동안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1일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사망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소송당사자인 70대 A씨는 2021년 6월 별거 중인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4월 양쪽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재산분할을 명령했고, 이후 배우자 쪽에서 항소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넘어갔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항소를 기각했다. 배우자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올해 4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소송 도중 A씨가 사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의 아들 B씨는 이달 초 아버지의 시신을 1년이 넘도록 냉동고에 보관해 왔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9월 아버지 집에 방문했다가 부친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사망 신고를 늦춰야 할 필요가 있어 시신을 비닐에 감싸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B씨를 시체은닉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에선 판결 확정 전 당사자 중 한쪽이 사망하면 소송 종료가 선언된다. 그러나 B씨가 부친의 사망을 법원에 알리지 않으면서 소송은 계속 이어졌다.
민사 소송의 경우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는 점도 작용했다. 가사소송법 7조는 ’변론기일 등에 소환을 받은 당사자는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출석해야 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소송당사자 본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이 가능하다.
A씨의 대리인과 소송 상대방인 배우자 또한 A씨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에 대한 주민 조회 권한이 없어 직권으로 판결 선고 전 당사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소송대리인이 변론을 이어가는 사건에서 A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당사자의 출석 의무를 강화하거나 판결 선고 시 당사자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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