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 상대로 이혼소송 확정판결… 재심 사유 될까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당사자가 사망했는데, 법원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사망한 사람의 이름으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아버지의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1년간 보관했다”며 경찰에 자수한 A씨의 부친 사건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의 부친은 2022년 7월 전 부인과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7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24일 항소기각, 올해 4월 4일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문제는 지난 1일 A씨가 사체 은닉 사실을 밝힌 뒤 경찰에 자수하면서 불거졌다. A씨의 부친은 지난달 친척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A씨는 자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지난해 9월 아버지가 혼자 사는 집에 갔다가 숨진 것을 봤지만, 사망 신고를 늦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A씨 부친이 사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13일 항소심 변론을 종결했다. 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통상 유족 내지는 대리인이 법원에 사망 사실을 알린다. 형사 사건의 경우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지고 민사 소송의 경우 유족이 소송수계를 할수 있으며,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은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소송종료 선언’ 판결으로 재판을 끝내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사망한 당사자에 대해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사건이 됐다. 가사소송은 형사소송처럼 당사자가 무조건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리인이 출석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어 재판 과정에서 A씨 부친이 출석하지 않은 것도 흔한 일이라 법원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법원은 소송 당사자의 주민등록 조회 권한은 없어, 판결 선고 전 직권으로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이 사건처럼 소송 상대방과 변호인조차 사망 사실을 모르고 사망신고도 되지 않은 범죄 연루 사건의 경우 생존 여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혼 상대방의 재심 청구에 따라 재심이 가능할 수 있으나 법원이 직권으로 판결의 효력을 없앨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에는 재심 신청이 가능하다. A씨 부친의 사망 시점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사망 시점 이후 선임된 대리인은 적법한 대리권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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