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유대인 사냥, 86년전 나치 떠올랐다…유럽 한복판 뭔일
이스라엘 축구팬들이 유럽 원정 응원을 갔다가 집단 구타를 당해 국제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친(親)팔레스타인 폭도들이 이스라엘 시민 수백 명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사건의 발단은 축구 경기였다. 지난 7일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네델란드 축구팀 아약스와 이스라엘 마카비 텔아비브의 유로파리그(UEL)가 열렸다. 아약스가 5대0으로 이겼다. 결과와 무관하게 경기 내내 이스라엘 원정 팬들과 현지 아랍 이민자 출신으로 추정되는 팬들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기가 펼쳐지자 욕설이 나왔고 반대로 팔레스타인 국기도 등장했다. 서로의 국기를 뺏으려는 몸싸움이 경기 도중 발생했다. 경기를 마치자 밖에서 집단 폭행이 이뤄졌다. 네델란드 현지 매체는 복면을 쓴 괴한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이스라엘 팬들을 구타했다고 전했다. 눈앞에서 폭죽을 터뜨리거나 인도에 있는 이스라엘인을 치려고 차량이 올라오기도 했다.
폭력 현장은 단순 패싸움이 아니라 반유대주의 구호가 들리는 집단 행동에 가까웠다고 한다. 펨커 할세마 암스테르담 시장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유대인을 사냥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수십 명의 성인 남성들이 도망가는 한 명을 쫓아다니며 넘어뜨리거나 이미 쓰러진 이를 다시 구타하는 등 당시 상황이 담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수송기 2대를 급파해 자국민을 데려갔고 기드온 사르 외교장관을 현지에 보내 대응을 지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공격 받는 일이 또 벌어졌다"며 "86년 전 '수정의 밤'이 유럽에 재현됐다"고 했다. 수정의 밤은 1938년 11월 9일 나치 독일에서 발생한 유대인 약탈사건을 말한다.
이스라엘 측은 네덜란드 내 아랍계 이민자들과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이슬람 교도를 가해자로 추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아랍계 이민자는 약 20만명이다.
네델란드 당국은 반유대주의 확산을 우려해 비상 대응에 나섰다. 폭력 주동자 약 60명을 체포했고 3일간 시위금지령을 내렸다. 축구 경기 전부터 갈등 조짐이 있기도 했다. 이스라엘 팀의 방문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경기장 주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암스테르담 시가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는 "암스테르담 폭력 사태의 원인은 이스라엘인들의 반아랍 구호와 팔레스타인 국기에 대한 공격 때문"이라며 책임을 상대 탓으로 돌렸다. 팔레스타인축구협회 역시 "이스라엘 팬들이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 구호를 외치며 폭력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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