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창원대가 '글틀막' 대학 됐나, 개탄"

윤성효 2024. 11. 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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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동문회 창우회 기자회견... 대학본부, 승인 받지 않았다며 일부 대자보 철거

[윤성효 기자]

 국립창원대학교 민주동문회 '창우회', 11일 대학 정문 앞 기자회견.
ⓒ 윤성효
"학생도 주권자다. 글틀막이 웬말이냐.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창원대는 각성하라. 재발 방지 약속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망국정권 눈치보는 글틀막을 중단하라. 윤석열이 화근이다. 윤석열을 탄핵하자."

최근 국립창원대학교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명태균 선배님 부끄럽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부착하자 대학본부 측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서 일부를 떼어낸 가운데, 창원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민주동문회 창우회(회장 김의곤)가 11일 오전 대학 정문 앞에서 '나라 걱정 학생 대자보 철거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글틀막 창원대, 동문들은 개탄한다"라고 했다.

학생들은 지난 4일 저녁 교정 곳곳에 대자보 10여 개를 부착했고, 이같은 사실은 다음날 5일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대학본부 측은 관련 규정을 들어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서 일부 철거했다.

학생들은 지난 6~7일 사이 또다시 대자보를 부착했고, 언제까지 자진 철거하겠다고 밝혀 놓기도 했다. 일부 대자보가 남아 있는 가운데, 대자보 밑에는 한 시민이 쓴 격려글도 붙어 있다.

"산책길에 대자보 글을 본 아줌마입니다. 청춘이 아름다운 학생들님.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발 나라 걱정 좀 해서 현 정부를 조기 종시갈 수 있게 힘을 합칩시다." - 대자보에 대한 화답 글

창원대에 대자보가 붙기는 박근혜 정부 이후 8년만이다.
 국립창원대학교에 붙은 대자보.
ⓒ 윤성효
 국립창원대학교에 학생들이 게시한 대자보에 일반시민이 붙인 격려글.
ⓒ 윤성효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위를 규탄한다"

창우회는 회견문을 통해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대자보는 일상이었다. 대자보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대학생들의 알권리이자 알릴 권리였으며,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었다"라며 "대학에 대자보가 붙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상이 살만해진 것인지, 아니면 대학생들이 정세에 둔감해진 탓인지 대학에 대자보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짚었다.

이들은 "공천개입·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주인공 명태균씨가 우리 창원대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은 탓이겠지만, 대학의 대자보가 그만큼 주목을 받을 일인가 싶었다"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병원을 가도 전공의가 없어 무한대기를 해야 하고, 뉴스를 틀기만 하면 전쟁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사는 대학생에겐 무엇 하나 희망찬 선택지가 없다"라는 대자보 내용을 소개한 이들은 "나라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절절한 후배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저려왔다. 선배로서 마음이 아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런데 더욱 가슴 아픈 소식은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대자보를 철거했다는 소식이었다. 모 학과에서는 '작성자 색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실로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 없는 일"라고 평가했다.

이어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창원대가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비판 글 하나 게시할 수 없는 '글틀막 대학'이 됐느냐"라며 "6월항쟁의 중심에서 군부독재 타도와 직선개헌 쟁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일뤄낸 애국 창원대의 자부심을 이렇게 욕되게 해도 되는 것이냐"라고 덧붙였다.

졸업생들은 "후배들의 용기와 정의로운 행동을 응원한다"라며 "오늘 우리는 자랑스런 애국의 역사를 지닌 창원대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글틀막 창원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동문들의 간절한 열망을 담아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위를 규탄하며,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했다.

"대자보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국립창원대학교 민주동문회 '창우회', 11일 대학 정문 앞 기자회견.
ⓒ 윤성효
 국립창원대학교 민주동문회 '창우회', 11일 대학 정문 앞 기자회견.
ⓒ 윤성효
졸업생 김지현씨는 현장 발언을 통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어야 한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자신들의 권리를 왜 학교는 권위를 이용해서 억합하고 입틀막 하는 것이냐.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불통과 무엇이 다르냐"라며 "이번 주에는 부산울산 지역, 우리 창원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한다고 한다. 교수들도 통제하시려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창원대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학생들의 대자보를 뜯을 것이 아니라 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대학공동체가 함께 지혜를 모으라"라며 "이 사태를 보며 창원대의 학내민주주의가 바로서고 학생들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함께 힘 모아 가겠다"라고 말했다.

대자보를 붙였다고 한 이주화 학생(4년)은 "화가 났다. 윤석열정부 취임 2년 반,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과 청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태원참사로 159명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최저임금은 그대로인데 치솟는 물가로 밥 한 끼 사먹는 것도 부담이 된다"라며 "주변 친구들은 곧 전쟁이 날 것 같다며 무서워하는데 그러면서도 바늘구멍만한 취업시장에 발을 들이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참 이상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느껴졌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만행을 비판하고 창원대 출신인 명태균 선배님 부끄럽다는 내용으로 윤석열 정부 퇴진을 원하는 대자보를 작성해 학교에 부착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자보는 역사적으로 학생들의 생각과 주장을 자유롭게 적어 붙이는 대학 문화였다. 대체 언제부터 대학이 학생 위에 군림하는 곳이 되었느냐"라며 "옛날부터 대학이라는 곳은 민주화의 성지이자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학문을 배우는 공간이었다. 4.19 혁명도, 5.18 민주화운동도, 6월항쟁도 모두 대학생들이 시작해서 만든 역사였다"라고 설명했다.

창원대에 대해 그는 "다시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지 말라. 이미 수많은 곳에서 윤석열 퇴진에 대한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하고 있고 거리에만 나가도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국회에서는 대통령 임기 축소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윤석열퇴진은 전 국민적인 분위기이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학생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만행을 알리고 마음을 모아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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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창원대학교 민주동문회 '창우회', 11일 대학 정문 앞 기자회견.
ⓒ 윤성효
 국립창원대학교 민주동문회 '창우회', 11일 대학 정문 앞 기자회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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