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기네스북에 오른 게임들
기네스 세계 기록(GWR)은 1955년 영국 기네스 맥주회사의 전무이사인 휴 비버 경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바에서 자주 일어나는 퀴즈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자료로 기획되었지만, 곧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방대한 기록 데이터를 수집하게 됐죠.
이후 맥휘터 형제의 협력 아래 빠르게 확장되며 각종 스포츠, 자연 현상, 인간의 업적, 특이한 도전들을 기록하고 책으로 편찬하며 독보적인 권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 기네스 기록에는 여러 게임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운 기록들도 있는데요. 최악&최고의 평가를 받은 MMORPG, 이름 그 자체가 기네스북에 오른 게임 등 몇 가지 흥미로운 업적을 함께 살펴봅시다.
[최악의 평가를 받은 MMORPG]
여러분의 생각하는 최악의 MMORPG는 무엇인가요. ‘먹튀’ 논란이 있었던 게임? 확률 조작 이슈가 있던 게임?
놀랍게도 기네스 기록을 기준으로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14 온라인(이하, (구)파판14)’가 그 주인공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기록이 세워진 2013년 당시 게임은 리뷰 애그리게이터 사이트 게임랭킹(gamerankings, 지금은 ‘메타크리틱’으로 리디렉션)에서 버그와 시스템 문제로 50.27%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이 기록의 핵심은 지금의 게임이 아닌, ‘과거의’ 서비스를 종료한 (구)파판14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구)파판14는 서비스를 진행하던 2011년, 스퀘어 에닉스에 약 45억 엔의 손실을 안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는데요.
이 책임을 물어 당시의 디렉터와 프로듀서가 경질될 정도였으니, ‘최악의 MMORPG’라는 수식어가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게임이 흥행하고 있는 건 새롭게 투입된 요시다 나오키 PD가 게임을 손봤기 때문인데요. 새롭게 지휘봉을 든 요시다 PD는 기존 게임 속 하늘에 작은 붉은 점으로 존재했던 위성 ‘달라가브’를 낙하시켜 화려한 서비스 종료를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 게임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가브’가 점차 커지며 에오르제아 세계가 위협받는 이벤트들이 연출되었고, 이와 함께 마물의 침공이 시작되자 이용자들은 이를 방어하며 멸망의 서사를 함께 경험하게 됐죠. 마침내 2012년 11월 12일, (구)파판14의 세계는 ‘제7재해’로 불리는 대재앙과 함께 멸망의 엔딩을 맞이하며 서버가 종료되었습니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서비스 종료 이벤트 이후 게임은 ‘신생 에오르제아’, 지금의 ‘파이널 판타지14’로 태어났으며 성공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신생 에오르제아' 파트 엔딩 영상은 (구)파판14 당시 게임을 즐기던 모든 이용자의 이름을 포함해 약 1시간 38분 동안 플레이됐습니다. 이는 기네스가 인증한 ‘세상에서 가장 긴 MMORPG 엔딩 크레딧’이죠.
[최고의 평가를 받은 MMORPG]
최악의 평가를 받은 MMORPG가 있다면, 최고의 평가를 받은 MMORPG도 있어야 하는 법. MMORPG 역사상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게임은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라고 합니다. 기네스에 등록된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 100점 만점에 93점을 받았는데요.
당시 비평가들은 “최고의 MMORPG로, 뛰어넘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울 게임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지금도 확장팩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 왕의 분노와 불타는 성전은 메타크리틱 91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은 메타크리틱 90점을 기록하면서 메타크리틱 ‘머스트 플레이’에 오른 상태입니다.
이어서 WoW는 ‘가장 많이 팔린 MMORPG’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데요. 확장팩 포함 최소 4,06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최대 구독자 수 1,20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훌륭한 업적을 2개나 세웠네요.
참고로 기네스에 기록된 ‘첫날에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RPG’는 같은 블리자드의 게임인 ‘디아블로 3’라고 합니다. 출시 후 24시간 동안 무려 350만 장이 판매되었으며, 첫날 총 470만 명의 플레이어가 접속했죠. 지금이야 블리자드가 이런저런 잡음에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의 블리자드는 그야말로 전설이었네요.
[세상에서 이름이 가장 긴~ 게임들]
최고, 혹은 최악의 평으로 기네스 기록을 남긴 게임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이름이 길어서’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게임들도 있습니다.
먼저, 영어 비디오 게임 제목 중 가장 긴 게임은 2011년 Zeboyd Games에서 출시한 ‘크툴루가 세상을 구한다: 초고성능 강화 챔피언십 에디션 알파 다이아몬드 DX 플러스 알파 FES HD 프리미엄 강화 게임 오브 더 이어 수집가 에디션, 아바타 없음! (Cthulhu Saves the World: Super Hyper Enhanced Championship Edition Alpha Diamond DX Plus Alpha FES HD Premium Enhanced Game of the Year Collector’s Edition (without Avatars!))’로, 총 52음절과 176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명 ‘이름이 다 말해주는’ 게임으로, ‘가챠를 돌려 동료를 늘리고 최강의 미소녀 군단을 만들자’와 같은 문장형 소설 제목 추세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숨겨진 유행의 선두주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이름이 가장 긴 전략 게임은 총 19음절로 이루어진 ‘반지의 제왕: 중간계를 위한 전투 II - 마녀왕의 부상(The Lord of the Rings: The Battle for Middle-Earth II The Rise of the Witch-King)’이 차지했네요.
이름이 가장 긴 격투 게임은 총 52음절과 176자로 구성된 ‘사악한 지배의 궁극적인 전멸자 덱스테리온: 사이보그 악마의 아마겟돈 전투에서 - 사이버네틱 기병의 손에 있는 비밀 세계의 운명(Dexterion, The Ultimate Annihilator of the evil dominion: Under Cyborg Demon's Armageddon Battle Fate of the cryptic world in cybernetic trooper's hands)’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읽기만 해도 숨이 차네요.
이외에도 199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중단된 적 없는 서비스로 ‘가장 오랫동안 상용화 서비스 중인 MMORPG’ 기록을 세운 넥슨의 ‘바람의 나라’, 2017년 기준 ‘한 해 동안 동시 접속자 100만 명 이상을 유지한 최초의 스팀 게임’이자 디지털 판매량 2,686만 장을 기록하며 ‘PC 비디오 게임 부문 최다 디지털 판매(2017년)’에 오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 한국 게임의 성과도 눈에 띕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게임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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