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두 달…공급망·고려아연 분쟁 영향 받나
김재민 2024. 11. 11. 11:30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그룹이 폐수 무단 배출 등으로 석포제련소 조업을 두 달간 중단하게 됐다. 지난해 17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영풍은 이번 제재로 영업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취소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돼 조업정지 1개월 30일 처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처분이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군에 자리한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등이 적발돼 이번에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초 환경부는 경북도에 조업정지 4개월의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경북도는 이를 2개월로 감경했으나 영풍은 해당 취소를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1심 재판부가 원고 청구를 기각하고, 지난 6월 2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영풍은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행정처분이 확정됐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4일 환경부 수시 점검에서도 황산 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10일 조업정지 처분이 추가로 추진되고 있다. 앞서 환경부로부터 오염물질 최소화를 위한 통합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부과받은 조건 중 지난해 수질오염 방지시설인 암모니아 제거 설비를 상시 가동하지 않아 1차 경고 처분을 받았고, 이번에 황산 가스 관리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적발된 것이다. 통합 허가 조건 미이행 사실이 두 차례 적발되면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진다.
석포제련소는 카드뮴 오염수를 낙동강에 불법으로 배출하다가 적발되는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켜왔다. 지난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76건에 달한다. 2021년 11월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에 따라 공장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2개월 동안 장기간 조업이 중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작업 중이던 하청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은 데 이어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졌고, 8월에도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영풍은 잇단 인명사고로 대표이사 2명이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국내 2위이자 세계 6위 규모인 영풍 석포제련소가 두 달간 문을 닫게 되면서 영풍은 아연 등 제품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단순히 영풍의 적자 확대를 넘어 국내 산업계 공급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아연 시장 점유율은 고려아연이 56%(23만6000톤)로 1위, 영풍이 37%(15만3000톤)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연은 일반적으로 철강재의 보호 피막으로 사용되며, 강관, 강판, 철선, 철 구조물 등의 소재에 표면처리를 위한 도금용으로 사용된다. 아연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지면 철강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자동차·건설 등 업계로도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영풍 측은 조업 중단으로 인한 고객사 영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영풍의 조업정지, 적자 누적 등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며 ‘경영권 정상화’를 주창해 왔는데, 이 같은 경영 실책이 부각되면 영풍의 인수 정당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을 영풍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닌, MBK파트너스를 최대주주로서 집행임원제를 도입해 소유·경영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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