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머스크, AI·우주산업 '꽃놀이패'[AK라디오]
우주에 욕심 낸 트럼프‥AI·우주 모두 가진 머스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지지 성향의 테크 인사들이 역대 가장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정부 효율성 위원회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승리 후 "미국에 다시 아침이 밝았다"며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현 X)를 인수한 후 트럼프 계정을 복구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등 친트럼프 성향을 보여왔다.
우주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를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우주군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서도 스페이스X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머스크의 로켓을 활용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머스크의 xAI는 현재 10-15만개의 NVIDIA H100 GPU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의 30만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젠슨 황 NVIDIA CEO는 xAI가 이 대규모 GPU를 단 몇 주 만에 설치 완료한 것을 극찬한 바 있다. 메타는 현재 보유한 GPU를 바탕으로 AI 분야의 '안드로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AI 규제를 강화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회의에서 머스크는 정부의 규제 시도를 비판하며, 이로 인해 개발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일치한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등 과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던 빅테크 기업 수장들도 환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지 후보를 내지 않았는데, 이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통한 AI 사업과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TSMC는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최근 미국 공장의 효율이 대만을 능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대만 직원들의 기술 이전 때문으로 추측된다. NVIDIA, 애플,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물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은 AI 서밋에서 "버틀넥에 HBM이 있다"며 HB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BM 없이는 TSMC의 패키징도, NVIDIA의 AI 칩 생산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치가 중요하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1위 목표나 인텔의 2위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신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대응도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4년 전과 비교해 마이크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섰다. 말레이시아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지역과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최대 60% 관세 부과 공약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1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초반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더라도 후반부로 갈수록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재집권은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술 산업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우주 산업에서는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 확대가 예상되며,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사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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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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