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와 기후평화
[김용만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손을 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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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거 기간 수차례 약속했던 바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주길 바란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필요한 이 전쟁을 취임 전이라도 당장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너무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살던 곳을 떠나 피난을 가야 했다. 2021년 우크라이나 인구는 4100만 명이었는데 현재 2800만 명 내외다. 특히 청소년 인구 수는 평균보다 급격하게 감소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재건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국가 하나가 절단난 것이다.
가자 전쟁 또한 마찬가지다. 무장단체 하마스가 벌인 이스라엘인 인질극으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가자 지역 민간인 사상자가 도를 넘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됐다. 하마스가 억류하는 자국민을 이스라엘 정부는 포기했다. 보복만이 남았고 그 악순환은 주변국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방어 차원을 넘어 가자 지역을 청소하고자 한다면 이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길 바란다.
이 두 전쟁을 끝내는 건 단순하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된다. 현재 미국 경제는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두 전쟁을 모두 지원하는 건 아무리 미국이라도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대의가 분명하지도 않다. 명분이 약한데도 지원을 계속하는 건 국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자국 내 '군산 복합체'의 특정 이익에 부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미국 경제 위기와 심각성을 강조했고 위기 극복을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이 전쟁이 누구의 배를 불리고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 발발의 조짐은 심심치 않게 보이곤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즈음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견제가 없는 '일국(一國) 패권 체제'에서 전쟁 위험은 항시 노출되어 있다. 패권국이 전쟁을 질서 유지와 재편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경찰 국가 역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의 당선은 '다극 체제 세계'로의 전환을 앞당길 듯 보인다.
기후 악화하면 인류는 항시적 전쟁 상태
기후변화는 사실 전쟁과 밀접하다. 기후 이상이 촉발하는 가뭄, 홍수, 산불 등은 경작지 축소를 가져오고 확보해야 할 식량이 감소한다. 부족한 식량은 사회 내 갈등과 국경 불안을 조장하기 쉽다. 이는 또한 물과 에너지 자원의 부족으로 중첩되며 부족한 자원을 두고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즉 기후변화는 식량, 에너지 안보에 직결된다. 기후변화에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항시적 전쟁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전쟁은 그 자체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전쟁터에서 방출되는 탄소뿐 아니라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는 군수산업이 발생하는 탄소를 포함하면, 전쟁은 온실가스 감축에 난폭한 걸림돌이다. 기후변화가 전쟁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전쟁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 서로를 악화시키는 되먹임을 끊어 내지 않으면 지수함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제 전쟁이 없는 평화를 '기후평화'라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후평화는 일국 패권 체제보다 다극 체제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쉽다. 다극 체제에서는 건전한 견제와 세심한 균형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 체제에서는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별 국가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신중함과 합리성이 우선 고려되기 때문이다. 국가들이 둥근 테이블에 고르게 앉아 머리를 맞댈 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협약의 강제력 가지고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요원하다.
인류의 개입에 의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과학적 증명이 끝났다. 트럼프 당선인도 더 이상 이를 '기후 음모론'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아직 전 세계 최강국이다. 최강국 지도자답게 지구가 맞닥뜨린 위기 극복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당면한 자국의 위기 극복이 급하겠지만, 그도 다극 체제 안에서 지구 차원의 번영을 꿈꾸고 있음을 믿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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