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는 빼고 기후정의 말하는 성공회대

최보근 2024. 11.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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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름과 겨울 방학 중 에코집중휴무 실시... 노동자 임금 깎이고, 학교는 엉망진창

[최보근]

"성공회대학교가 추구하는 인권과 평화의 길은 기후변화의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부터 찾아옵니다. 우리는 소외된 이웃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

2024년 2월 성공회대학교 김경문 총장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성공회대학교는 기후 위기를 핑계 삼아 성공회대학교에서 가장 '소외된 약자'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 2023년 처음 시행된 '에코집중휴무(에코주간, 에코휴무)'는 하계방학과 동계방학 각각 2주간 학교를 폐쇄하는 정책이다.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이유로 '에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현실은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미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았다. 일일 노동시간 삭감, 금요 무급휴직까지 합쳐지면서 2023년 방학 기간 청소 노동자들의 월급은 8~9년 전 최저임금 수준인 약 120만 원이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성공회대학교에서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이다. 성공회대학교는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기는커녕 소외시키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에코집중휴무

임금 삭감이 전부가 아니었다. 에코집중휴무로 학교가 관리되지 않으니 학교 건물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아수라장이었다. 청소 노동자들은 '음식물쓰레기가 전부 부패해서 구더기가 끓었다', '한 번에 일을 몰아서 하려니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곰팡이가 너무 많이 퍼져 포자를 마실까 걱정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처음부터 관리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곰팡이를 지우고, 부패한 음식물을 치우고, 쓰레기가 넘친 쓰레기통을 치웠다. 2주 치 노동을 한꺼번에 하는 것에 더해 평소 관리했으면 없었을 일들을 집약적으로 하려니 노동강도가 올라간 것이다.
 2023년 에코주간 이후 쌓인 쓰레기
ⓒ 최보근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2024년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와 함께 청소 노동자들의 에코집중휴무 전후 노동강도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하계 에코집중휴무가 끝나고 2~3주 뒤 점심시간에 휴게실마다 찾아가 전체 청소 노동자 18명 중 15분께 설문을 받았다. 설문 결과 에코휴무가 끝난 뒤 현저히 노동 강도가 늘어난 것이 관찰됐다. 응답자들은 에코휴무 직후 2주간 평균적으로 '100m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힘듦'을 호소했고, 일부 청소 노동자들은 '마라톤하는 것 같은 힘듦'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청소 노동자분께서는 지하층에 물이 차고 곰팡이가 많이 생겨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씀하셨다. 올해도 쓰레기통에 구더기가 나왔다면서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청소 노동자를 투입했다더니 전부 보여주기식이라고 화도 내셨다. 학보사가 자신을 인터뷰해 줬으면 할 말이 정말 많았을 텐데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중에서도 제일 충격이었던 것은 복도에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 동료가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였다. 왁스 작업을 위해 에코휴무 기간 출근을 했는데 학교 폐쇄가 원칙이니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에어컨을 안 틀어 준 것이다. 청소 노동자를 학교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원래부터 성공회대학교 청소일은 힘들었다

사실 성공회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평소에도 이미 높았다. 노조는 성공회대학교가 퇴직자가 발생하면 채워 넣지 않는 식으로 계속해서 인력을 감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이 감당할 노동강도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심한 경우 10층 건물을 2명이 청소하기도 한다고. 인력이 적다 보니 일을 쉬게 되면 남은 동료가 일을 전부 떠맡아야 한다. 그래서 아파도 나와서 일하고, 건강은 계속 악화된다.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 질환, 두통이나 눈의 피로, 불안감, 전신 피로, 전신 근육통 등 건강 상태가 다른 사업장보다 압도적으로 나빴다.
 에코주간 이후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는 에코집중휴무의 문제를 학내에 알렸다.
ⓒ 최보근
청소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의도적인 인력 부족이다. 그린워싱은 고명 같은 역할을 한다. 원래 기후 위기의 피해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가혹하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의 말처럼 성공회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이미 기후 재난 최일선 당사자이다. 그리고 이들을 기후 재난 맨 앞줄까지 밀어낸 것은 역설적으로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다. 청소 노동자도 성공회대학교 구성원이고, 그 전에 인간이다. 이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최보근 님은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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