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에 휘몰아친 파국, 이제야 이해되는 정은채의 '흑화'
[김상화 칼럼니스트]
▲ tvN 드라마 '정년이' |
ⓒ CJ ENM |
지난 10일 방영된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 10회에선 합동공연 직후 극극단을 떠나기로 문옥경(정은채 분), 상한 성대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하겠다고 결심한 정년이(김태리 분)등의 이야기가 70여 분에 걸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혜랑(김윤혜 분)의 속임수에 넘어가 과도하게 목을 혹사한 끝에 피 토하고 쓰러진 정년은 결국 국극단을 떠나 고향 목포로 돌아가 예전처럼 생선 팔면서 평범해지려 했다. 하지만 국극과 소리에 대한 끈은 결코 놓을 수 없었다. 멀리 서울에서 정년을 찾아온 강소복 단장(라미란 분)과 영서와 재회한 정년은 "엄니 가슴에 지금까지 박은 대못이 몇 개인디 어떻게 그 자리에 또 대못을 박겄냐. 우리 엄니한테 허락받고 올라갈랑께 먼저 올라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딸의 마음을 어머니 서용례·공선(문소리 분)은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상한 목으로도 명창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쇠약하지만 여전히 울림이 있는 자신의 소리를 들려줬다.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어머니가 이제 정년의 새로운 스승이 된 것이었다.
▲ tvN '정년이' |
ⓒ CJ ENM |
옥경의 반응은 냉담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로 내 국극 배우 생활도 끝났어. 더 보여줄 것도 없고 더 하고 싶은 것도 없어"라며 "나 이제 영화 할 거야. 이미 계약도 했어"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혜랑은 "옥경아 나는? 나도 같이 가는 거지?"라고 되묻지만 옥경은 "이제부터 따로 움직이자. 너는 네 갈 길 가고, 나는 내 갈 길 가고"라고 작별을 고했다. 무릎 꿇고 애원하는 혜랑을 매몰차게 내친 옥경은 "그나마 좋았던 기억되고 싶으면 더 이상 망가지지 마. 혜랑아 오늘 네 연기 최고였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옥경은 국극과의 연을 끊어 버렸다.
▲ tvN '정년이' |
ⓒ CJ ENM |
재능 넘치는 소리꾼 재목이었지만 과도한 혹사로 인해 꿈을 버려야 했던 용례·공선은 정년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준다. 상할 대로 상한 목소리였지만 처음 딸에게 들려준 용례의 노랫가락은 그 어느 명창의 그것 이상으로 큰 울림을 선사했다.
정년이 중심의 극 전개 과정에서 잠시 주변에 밀려나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는 정년이의 낙향을 계기로 새롭게 극의 중심에 등장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일부 캐릭터의 설명과 서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 그렇게 결말로 향하는 드라마 <정년이> 속 다양한 내용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 tvN '정년이' |
ⓒ CJ ENM |
앞서 문옥경은 국극에 대한 재미와 애정이 사라질 무렵 재능 있는 정년이를 만나 잠시나마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혜랑의 과도한 집착과 더불어 정년이의 좌초로 더 이상 매란국극단에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합동 공연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바보와 공주>는 옥경과 혜랑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바보 온달은 공주를 사랑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하지만 공주가 무리하게 다른 나라를 정벌하려다 온달이 목숨을 잃게 된 것처럼 혜랑의 과도한 욕심으로 정년이라는 유망주, 그리고 옥경마저 곁을 떠나게 됐다.
한편 11회 예고에서는 매란국극단에 찾아온 또 다른 위기가 소개됐다. 극단을 떠나는 이는 옥경과 혜랑 뿐만이 아니었다. 결국 강 단장은 이에 충격을 받아 쓰러진다. 이는 1950년대 후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영화라는 신문물의 등장과 더불어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올 줄 알았던 정년이는 영서와 함께 매란국극단을 되살리는 일에 앞장선다. 과연 정년이는 극단의 새로운 희망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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