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트럼프 2기, 모든 수단 동원해 관세부터 때릴 것"
로버트 Z. 로런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무역확장법 232조·301조 등 수단 많아
보편관세 앞세워 일부 국가와 거래 가능성
관세로 인플레·强달러 가속화 우려
미·중 패권경쟁은 韓에 기회 요인
"트럼프는 관세 인상 위협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모든 핑계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교역 상대국에 관세부터 때릴 겁니다".
로버트 Z. 로런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무역학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미국의 무역통상정책 전망에 대해 "관세를 무역적자 해소 수단으로 쓰겠다는 트럼프의 철학은 확고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예고한 대로 출범 즉시 모든 국가에 10~20% 보편관세, 중국에 60% 초고율 관세 카드를 뽑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던져 놓고 일부 국가들과는 협상을 통해 거래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에선 관세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란 점도 주목했다. 기존엔 관세가 무역적자 해소, 국내 제조업 부흥,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수단이었지만, 이젠 소득세 등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충당할 추가 세원으로도 관세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런스 교수는 "트럼프는 관세를 여러 문제를 다루는 유용한 도구로 보고 있다"며 "이젠 무역정책을 무역 이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쓰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2기가 관세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봤다. 로런스 교수는 "미국 무역통상정책의 주요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국가안보 위협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301조를 적용할 수 있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등 여러 법적 근거가 있어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가진 재량권이 큰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속한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이 터보 엔진을 달았다는 평가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가운데 트럼프 2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요구 전망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봤다. 로런스 교수는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지는 알 수 없으나 트럼프가 이전의 FTA를 존중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트럼프가 주목하는 첫 번째 대상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FTA 체결국에 대한 보편관세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FTA 체결국에 보편관세 면제를 언급한 적이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1기 때 한미 FTA를 폐기하려 했으나 한국이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이번에도 보편관세를 앞세워 일부 나라들과 거래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2기 무역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를 가장 큰 우려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인플레이션과 강(强)달러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로런스 교수는 "트럼프 당선이 시장과 기업에 의미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관세와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과 민간 기업의 투자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관세를 올리면 제품 가격, 임금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역시 국채발행 증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트럼프발(發)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는 더욱 증가하리라는 것이 그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약(弱)달러를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와는 정반대다. 로런스 교수는 "트럼프의 정책은 매우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대(對)중국 규제는 트럼프 2기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복원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기술 수출통제에 나서는 등 디커플링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런스 교수는 "첨단기술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기조는 트럼프 2기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강경한 산업통상정책 기조는 트럼프 2기나 바이든 정부나 기본적으로 비슷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는 트럼프 2기에선 상대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제조업 공급망 복원과는 별개로 제조업의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모두 미 제조업을 부흥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4년이 됐지만 5년 전과 비교해 미국 제조업 고용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민주·공화당 모두 제조업 재건을 외쳐야 경합주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만 이 정책이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기회나 변화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지원법(CS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모두 실현돼도 미국 전체 고용의 1%를 창출하는 데 그칠 것이란 게 로런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 제조업은 중요하지만 이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다"며 "이런 신기술은 고급 인력이 필요하고 제품 생산 시 자동화된 로봇을 사용한다. 제조업이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 에스컬레이터라는 미국인들의 생각은 과거에 대한 향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로런스 교수는 트럼프 2기에서도 가속화될 미·중 패권 경쟁이 한국에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양측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요 시장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서서히 줄이고 미국의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양국의 디커플링이 한국에 나쁜 일은 아니다. 한국은 미·중 양쪽 모두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Z. 로런스 교수는
로버트 Z. 로런스 교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국제무역통상 전문가다. 1998~2000년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예일대 교수를 거쳤다. 현재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무역학 교수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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