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트럼프, 동맹 관계 불확실성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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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2017~2021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추진력으로 '미국 이익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이란 전문가들 관측이 나왔다.
"외교정책, 2기는 추진력 더 강할 것"▲조 전 원장=트럼프의 외교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제일주의다.
"미·러 관계 쉽게 좋아지기 힘들 것"▲박 전 대사=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승패가 아닌 문제 해결 관점으로 보겠다고 말한 걸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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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글로벌전략협의硏 공동 기획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2017~2021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추진력으로 ‘미국 이익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이란 전문가들 관측이 나왔다. 앞선 4년간의 재임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해 왔고, ‘충성파’들로 주변을 채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의회 역시 공화당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당선인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마땅히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1기 시기 외교 일선에서 뛰었던 전직 대사들은 트럼프 2기 체제에서 한·미동맹 관계의 불안 요소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핵’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분담금 증액 및 한·미 연합훈련 중단,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 등도 추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일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과 함께 미국 대선 이후의 국제질서를 전망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황재호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지낸 박준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이 참석했다.
“지금은 세계 질서 변환기”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지금 상황은 ‘질서의 변화’라고 본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끝나고 미국 제일주의, 말을 바꾸면 자국 제일주의가 펼쳐지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이다. 이는 6·25전쟁 이래 한국으로서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변화의 폭이나 깊이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재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트럼프 취임 후 여러 의제를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고민할 때가 됐다. 윤석열정부 대외정책 목표와 방향이 출범 때와는 엄청나게 변했기 때문에 임기 중반이긴 하지만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지금은 세계 질서의 전환기이자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을 어떻게 재편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시기다. 우리가 트럼프라고 해서 너무 겁먹고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는 건 지양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평가절하하지 말고 미국이 실제로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박준용 연세대 겸임교수=동북아 신냉전의 출발점인 것 같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전제는 좋지만 우리 국익을 넘겨주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중 긴장 관계에서 우리도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시대정신을 잘 읽었다”
▲조 전 원장=2016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미국의 현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었다. 트럼프가 대중과 소통하는 역량은 정말 각별하다. 가령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나 주류사회는 미 중서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공동체가 무너지는 사안을 별로 문제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다. 엘리트들이 잘못해서 당신들이 내팽개쳐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전 대사=다양한 노동계층이 호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푸틴이나 시진핑 등의 권위주의 지도자에 대응할 강력한 지도자가 미국에도 필요하다는 욕구가 있었다.
▲박 교수=개인의 리더십이나 자질에서도 해리스가 약점이 많았다. 바이든의 유약하고 무능한 이미지도 영향을 줬다. 해리스가 나쁜 후보라기보단 조금 더 자기를 차별화해서 어필할 시간이 있었어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필요’를 잘 지적하며 감점 요인을 잘 무마했다.
“외교정책, 2기는 추진력 더 강할 것”
▲조 전 원장=트럼프의 외교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제일주의다. 첫 번째는 이민 정책, 두 번째는 미국의 제조업 재건, 세 번째는 해외 개입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도전이 되는 게 해외 개입 축소다. 트럼프가 제시해 놓은 의제가 3개 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철수, 북한과 대화 재개, 이것들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에 상당히 큰 충격이나 도전으로 올 수 있다.
▲박 교수=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미국 이익 우선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트럼프는 글로벌 리더십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와 완전히 거꾸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다시 탈퇴하는 등은 자제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본인의 판단을 우선시해서 불확실성이 늘어날 수 있다.
▲박 전 대사=‘미국 우선주의’ 측면에서 줄 건 주고받을 건 받으려 하기 때문에 기존 동맹이나 안보상 무임승차하는 외국에 대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1기 때와 달리 지금은 ‘반미’ ‘반서방’ 주축이 훨씬 강화됐다는 점이 트럼프로서도 위협일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 등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점도 트럼프에게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한·미동맹 흔들릴 수도”
▲조 전 원장=미국은 ‘세계 경찰’ 노릇을 하지 않고 해외 개입을 줄여나가겠다는 틀 속에서 동맹과의 관계를 운영할 것이다. 전반적인 동맹 체제에서 미국의 책임을 훨씬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는 바이든과 달리 북한이라는 의제에 집중해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는 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걱정되는 건 한·미동맹 체제다. 과거 트럼프가 김정은과 담판하려고 할 때 한·미동맹 체제가 불안했던 상황이 생겼었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더 세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동맹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박 전 대사=트럼프의 동맹 정책은 분담을 잘하자는 것이다. 일종의 거래 방식이다. 미국을 따르는 동맹은 경제적 기반이 탄탄할수록, 그간 지원해준 것에 대해 더 많은 부담을 지라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거기서 무너지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건전한 동맹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외교적인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일본, 호주 등 양자 관계의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물밑 대화 재개할 것”
▲박 교수=트럼프의 성향을 보면 실적을 내고 싶어한다. 아마 6개월 안에 김정은에게 만나자고 제안하지 않을까 싶다. 또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금 더 작은 부분을 갖고 협상하려 할 수 있다. 김정은으로서도 트럼프와 관계가 나쁘지 않으니 협상을 앞두고 굳이 도발적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조 전 원장=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는 괜찮은 감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취임 후 물밑 대화를 재개할 것이다. 정상회담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미국은 분명히 변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북·미 관계가 상당히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사=우리도 트럼프와 잘 대화해서 동북아의 전체 전략 틀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북한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을 통해서 관심을 끄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역시 중국 견제할 것”
▲박 교수=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지향할 것이다. 트럼프가 1기 때도 중국에 대해 무력은 물론 기술이전을 차단하는 조치들을 취했었다. 한국을 향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 강화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조 전 원장=트럼프 정부 대중 정책의 기준점은 전략 경쟁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도록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이 대립의 성격을 무조건 충돌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경제, 과학기술, 방첩, 문화 등에서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따돌리는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박 전 대사=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경제적인 분야에서의 ‘디커플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도체, AI기술 등에 대해 철저히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도 경제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러 관계 쉽게 좋아지기 힘들 것”
▲박 전 대사=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승패가 아닌 문제 해결 관점으로 보겠다고 말한 걸 유념해야 한다. 트럼프의 지금 생각은 러시아의 통제권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다. 미·러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는데 트럼프 1기 때도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쉽게 좋아지긴 어렵다.
▲박 교수=푸틴은 굉장히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느냐와 상관없이 미국에 대항하는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은 푸틴한테도 타결이 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황재호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트럼프 2기의 국제질서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될지 혼동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고, 향후 4년은 중요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신질서 변화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현 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을 더 강조해왔지만, 이 스탠스에 대해 이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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