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테크나우]화석연료 대신 청정메탄올, 선박 탄소중립 책임진다
주요 해운사들 메탄올 선박 발주 확대
2050년 글로벌 수요 5억톤 전망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는 지난달 30일 중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롱기(LONGi)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와 바이오메탄올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롱기는 중국 중부 허난성 쉬창(Xu Chang)에 있는 생산 시설에서 바이오메탄올을 생산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머스크에 공급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번 계약으로 2027년까지 이중연료 선박에 필요한 메탄올의 약 50%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머스크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메탄올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은 머스크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중 하나다. 머스크는 메탄올을 사용할 경우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65%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머스크는 7척의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해운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메탄올 선박 발주를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머스크는 "바이오 및 e메탄온을 10년간 가장 전도유망한 대체에너지가 되고 있다"며 탄소중립 수단으로 메탄올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강조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메탄올이 더 필요하니 각국은 더 많이 더 저렴하게 메탄올을 생산해달라"는 것이다.
"수송 쉽고 바다에서도 생분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글로벌 해운사들의 노력은 절실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매우 촉박한 시간표를 설정한 이후로 더 바빠졌다. IMO는 지난 2023년 7월 있었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2050년 국제 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2023 온실가스감축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당초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배출량보다 50% 감축하기로 했던 기존 목표를 상향한 것이다. 2030년까지는 최소 20%, 2040년까지는 최소 70%를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해운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약 10억t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2.8%에 달한다. 선박에 급유되는 선박용 연료유는 주로 중유와 경유, 가스 오일 등이다. 해운 업계는 이를 저탄소 또는 무탄소 기술이나 연료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해운 업계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연료는 LNG, 바이오/e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이다.
대체 연료 후보중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메탄올이다. 메탄올은 경쟁 연료와 비교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끓는 점이 64.7℃, 어는 점이 97.6℃로 상온과 일반 대기압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액화점이 낮은 천연가스(-162도)나 수소(-253도), 암모니아(-33도)보다 수송이나 운송이 쉽다.
암모니아는 독성과 부식성이 있어 취급이 까다롭다는 점도 메탄올에게 유리한 지점이다. 이때문에 선원들은 암모니아보다는 메탄올 선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올은 바닷물에 배출해도 물에 녹거나 생분해하기 때문에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메탄올은 또한 기존 선박 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전지를 각각 99%, 80%, 95%까지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메탄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출 방식이나 따라 다소 상이할 수 있다. 연료가 차량, 선박 또는 항공기 등의 탱크에 저장된 후 연소 돼 에너지를 생성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만을 계산하는 탱크투웨이크(Tank to Wake) 방식에서는 12%의 온실 가스 감소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 연료가 추출, 생산, 운송, 연소되는 모든 단계를 포함해 전체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계산하는 웰투웨이크(Well to Wake) 방식에서는 98%의 감축 효과가 있다. 연료가 연소되는 단계만 놓고 보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적지만 생산부터 연소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감안하면 감축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나 선주들은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메탄올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NE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머스크의 경우 2023년 7월 기준 25척의 그린 메탄올 선박을 발주한 상태다. 대만 에버그린은 24척, 중국 코스코와 프랑스 CMA CGM은 각 12척, 한국의 HMM은 9척을 발주했다.
메탄올에도 색깔이 있다?메탄올(CH3OH)은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수소(H2)를 원료로 생산되며 무색이다. 하지만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메탄올, 브라운 메탄올, 바이오메탄올, e메탄올 등으로 나뉜다. 브라운 메탄올은 석탄을 가스화해서, 그레이 메탄올은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든다. 천연가스를 개질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경우에는 블루메탄올이라고 부른다. 청정메탄올은 바이오매스나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바이오메탄올,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하는 e메탄올, 블루메탄올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메탄올은 지금까지 주로 화석연료 기반으로 생산됐다. 생산된 메탄올의 약 70%는 석유화학산업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메탄올은 올레핀, 포름알데히드, 염화메틸, 메틸아민 등의 의 원료로 사용된다. 연로로써 메탄올은 현재 메틸터트부틸에테르(MTBE), 가솔린 혼합, 바이오디젤, 다이메틸에테르(DME) 등으로 활용된다. 많은 국가에서 가솔린에 메탄올 혼합(3~5%)을 허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100% 메탄올 자동차도 운행하고 있다.
메탄올 수요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으로 2018년 기준 약 5500만t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요는 2022년 기준 200만t 규모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 선박, 자동차 등의 연료로서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메탄올 시장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메탄올 시장은 2020년 1억t에서 2050년에는 5억t으로 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e메탄올은 2억5000만톤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바이오메탄올이 1억3500만t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운 메탄올 및 그레이 메탄올은 각국의 탄소 규제에 따라 점차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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