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카시카리 "문제는 트럼프발 '보복'관세, 인플레 여파 우려”
"12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데이터 지켜봐야"
이번주 美CPI·PPI·소매판매 등 지표 발표 예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인사로 손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향후 각국의 보복관세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여파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 집권시 Fed에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총재는 독립적"이라고 일축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볼 때 일회성 관세는 모델링하기 꽤 쉽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보복(tit for tat)"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이에 대응하면서 상황이 격화된다면 훨씬 우려스럽고 훨씬 불확실해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집권 후) 실제로 어떤 조치가 시행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5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최대 20%의 보편관세, 중국산 제품을 타깃으로 한 60% 고율 관세 등 대규모 관세 정책을 예고해온 상태다. 이에 과거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처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보복관세 전쟁이 더 높은 강도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관세율 상향 시 소비지출 감소, 보복관세 발동,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1~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카시카리 총재는 트럼프 당선인이 밝혀온 대규모 추방 등 강경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대응 과정에서 혼란이 약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실제 정책, 의회 상황, 기업들의 적응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Fed는 기다릴 것"이라며 "경제 전망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분석하기 전 정부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재정적자 문제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의회예산국의 예측을 보면 달처럼 커진다. 어느 시점에서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의회와 행정부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회와 행정부가 무엇을 하기로 하든, 우리에게는 2% 물가안정, 최대 고용이라는 목표가 있다"면서 "이를 위한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의회와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을 다루는 Fed의 정치적 독립성도 재차 강조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Fed를 대통령이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해온 가운데, 그는 이러한 정치적 압박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Fed 동료들과 나는 의회가 우리에게 준 2% 물가안정, 최대고용이라는 이중목표에 전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의회가 연속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한 구조적 요소도 있다. 중앙은행 총재는 독립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카시카리 총재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전 데이터가 어떤지 실제로 확인돼야 한다. 회의는 6주 뒤"라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가 확실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Fed는 지난주 열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많은 진전을 이뤘고,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유지됐다"면서도 "아직 승리를 선언하고 싶지는 않다. 일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좋은 경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한 인플레이션 지표와 소매판매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오는 13일 발표되는 10월 CPI가 전년 대비 2.6%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직전월 상승폭(2.4%)을 소폭 상회한다. 식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3.3%(전년 대비)로 직전월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 제이 브라이슨이 이끄는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팀은 주간 투자자 메모에서 "10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로 돌아오는 '라스트 마일'이 가장 험난하다는 관념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음날인 오는 14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오는 15일에는 소매판매가 각각 공개된다. 주요 기업 실적으로는 홈디포, 월트디즈니, 시스코 등의 발표가 예정돼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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