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참 삶을 가꾸어 더불어 성장하는 참 좋은 교육
홍석원 2024. 11. 11. 08:02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미래학교] ② 당진 초락초등학교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 가을걷이가 끝난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초락1리 마을회관을 돌아서니 푸레기마을 한켠에 아담한 학교가 보인다. 마침 리모델링 중이어서인지 다소 분주해 보였다.
4년차 혁신학교인 초락초등학교(교장 성정순)를 찾았다.
당진에서도 맨 왼쪽 지역 난지도가 코 앞인 초락초등학교는 학생수 37명(유치원생 7명 포함)의 소규모학교지만 참 특이한 학교다.
미리 방문을 약속했던 김대인 선생님은 마침 수업하는 중이어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 받고 있다. 곧 기자를 맞은 선생님이 교장실로 안내했다. 그러고보니 수업 끝나는 종소리조차 없었다.
바로 문 옆에 책상 하나와 그 흔한 그림 한 점 없이 회의탁자만 덜렁 놓인 단출한 교장실에서 만난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스스로 권위를 내려 놓은 채 머슴이라 자청하고, 교직원들은 교장실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거리낌이 없다.
인터뷰 중에도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선생님은 “교장선생님 잠깐 봬요. 1분이면 됩니다”라며 불러낸다. 교감선생님도 함께 얘기하자는 제의에 자신은 수줍음이 많아 못한다며 예쁘게 깎은 사과만 놓고 나가는 모습에서 자유스럽기만 한 진풍경이다.
초락리에 위치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 학생은 단 1명에 그치는 것도 신기하다.
특히 학교 교육과정과 방과 후 활동까지 하고 귀가하는 학생이 100%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있어 이런 학교가 또 있나 싶기도 하다.
이는 보호자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에 대해 만족도가 높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찾아 전학시킨 학부모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인 선생님은 “우리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사실 권위가 필요한데도 모든 교직원을 민주적으로 아우르면서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으면서 권위를 만든다”면서 “모든 학교의 관리자들이 우리 교장선생님을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잠깐 같이 근무했는데 교장선생님의 인격에 반해 자신도 자원해서 왔단다.
교장선생님은 곧바로 “곱창먹고 싶냐”고 끼어들며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에 자신은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쑥쓰러워했다. 이같은 리더십이 든든하게 버텨주니까 자신이 무슨 일을 추진하든 어려움없이 즐겁게 하는 뒷배라는 것이다.
김 선생님은 “사실 올해 처음으로 혁신학교 업무를 맡아 추진할 때 어떤 선생님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데 가능하겠냐고 했지만 교장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에 부담 하나 없이 재미있게 배우면서 하다보니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혁신학교 4년차라 재지정 준비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김 선생님은 “재지정을 앞두고 성찰 상담을 3회까지 받았는데 절차가 까다롭워 준비에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든 교직원이나 교장, 교감선생님이 힘을 많이 실어줘서 너무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러한 감사의 마음으로 초락초등학교는 긍정과 파동과 힘을 느끼게 했다.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
본격적으로 혁신학교 이야기로 넘어갔다.
초락초등학교는 그 첫 번째 힘으로 최고경영자의 민주적인 리더십을 꼽았다.
일반학교에서는 교직원 다모임이라는 것이 비슷하게 있는데, 이게 운영상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모든 교직원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같이 얘기하거나 아니면 자주 모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계속 진행되다보니 가뜩이나 업무도 많은데 내 시간을 쪼개 참여해야 하니 불합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초락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갖고 어떤 때는 김장파티, 새우파티, 월별 생일 축하모임 등으로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가운데 주제를 하나 하나 얘기하면서 선생님들도 혁신학교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유하니까 인화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로 예산 활용의 자율성이다.
김 선생님은 초락으로 오기 전 이곳보다 예산이 더 많은 통폐합학교에서의 경험에 빗대 “억대의 예산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돈을 체험학습 외에는 쓸 수가 없었다”면서 “아이들과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싶은데도 활용할 수가 없어 굉장히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여기 초락에서는 아이들이랑 요리조리 주제중심 교육과정으로 예산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고, 과목 경정해서 옮길 수도 있어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은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 스스로 운영하는 다모임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조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무조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이 때 매일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하고, 다모임 시간에 피드백을 한다. 바뀔 것이 있으면 다시 개선하고 심지어 방학 캠프 운영 때도 동아리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방학 캠프 때는 한두 명을 제외한 모두가 신청을 해 학교에 나온다. 오전에는 교과에 대한 보충을 비롯해 요리, 미술 등의 취미활동시간으로 채워진다. 오후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배움터가 곧 쉼터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4년만에 학생수 10명에서 37명으로 늘어
초락초등학교는 독특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 인근에 사는 학생은 단 1명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당진시내에서 이 학교를 선택해서 전학을 오고 있다는 것.
원래 2019년도에는 학생 수가 10명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유치원 포함해 37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길게는1시간 넘게 통학차를 타는 유치원생도 있단다.
통학차량은 농촌학교 살리기를 위해 당진시에서 아이들이 선택해서 올 수 있도록 교육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외부에서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대부분 학기 초에 전학오는 친구들보다 학기 중에 오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교장은 “옛날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해서 순식간에 결실을 못보는데 여기 와서 그렇게 문제 많던 아이들이 번듯하게 성장해서 나가는 것을 본다. 졸업식에 부모님들이 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교장선생님은 이곳 선생님들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지역특성상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아이들이 인성적으로나 학력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의 중심에는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 선생님들은 이전부터 전문적 교수학습공동체나 연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교수법을 익혀왔으며, 이곳에서도 한 달에 2번 함께 모여 교육정보를 교환하면서 수업연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나머지 2주는 외부 전문강사를 초청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특수학급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구성 요건은 특수아동 3명만 되면 학급을 만들어야 하고 6명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특수학급 학생이 많은 곳으로는 전학을 안 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단다.
하지만 성 교장은 “오랜 교육 경험상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과 같이 어우러지면 사회에 나가 분명이 도움이 되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강조했다. 정상적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약자에 대한 도움을 주고 배려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자체평가 결과 교원, 학생, 보호자 90~100% 만족
초락초등학교에서는 혁신학교로 전환하면서 매년 학생, 보호자, 교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통해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교원의 경우 2021년 78%였던 만족도가 지난해에는 99.5%로, 학생은 87%에서 90%로, 보호자의 경우 61.1%에서 94%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초락초는 학교의 혁신문화 조성을 위해 교직원 다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교육과정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협의·결정·추진하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회의 내용을 사전 공유하는 동시에 관리자의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으로 수평적 협의 문화가 정착됐다.
교육활동 역시 행정 위주가 아닌 학생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면서 무학년제 자율 동아리, 문화예술동아리, 독서교육, 영어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산 수립도 학생, 보호자, 교직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편성하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매우 우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초락에서는 학생자치 생활화를 위해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생 다모임 활동을 한다. 마을과 공동체문화 형성을 위해 동아리 조직을 운영하고, 마을회관과 연계해 텃밭 조성, 어버이날 행사, 토요돌봄 프로그램, 떡 전달하기 등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삶과 연계된 배움 중심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생 중심의 수업을 전개하고, 평가와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 방법 구안과 적용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적정규모' 학교서 벗어나려면 학생수 31명 목표”
초락초등학교 학생수가 30명이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적으로 학생수가 30명이 되지 않으면 '적정규모' 학교로 여타 학교들과 통폐합 대상이 된다.
이때문에 성 교장은 “매년 이 학교를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다”면서 “찬성 60%가 넘으면 폐교 결정을 하는데 재학생이 있는 25가구 모두 100%가 반대의견을 내고 학교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성 교장은 “학교가 폐교나 통폐합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31명의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유치원 설명회, 맘카페, 현수막 홍보 등 별의 별것을 다 해봤지만 역시 입소문이 최고였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활발한 교육활동이 성과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이 최고의 홍보맨이 되주었다”고 보호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대인 선생님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혁신학교 예산이 5년차부터 줄어들면 창의적 교육의 연계성과 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한걱정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부의 세수감소에 따른 교육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또 학생수가 적다보니 보건교사가 없는 것도 큰 고충이라고 털어놓았다. 금요일에 한번 순회 보건교사가 오지만 평소 의료에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아이가 심하게 아프면 부모님께 연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유 교실이나 강당이 없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실내 다목적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초락초등학교는 혁신을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 애정으로 살아남았다. 비록 시설은 부족할지라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교실 환경을 개선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자율적인 교육 활동과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함께 어울리며 내일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한 발 더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충남교육청은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이라는 교육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혁신학교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김지철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10년 동안 교육청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충남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정책의 핵심을 역동성에 두고 현장 중심의 성찰을 토대로 충남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5회에 걸쳐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아이들의 배움터가 곧 놀이터와 쉼터이기도
충남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정책의 핵심을 역동성에 두고 현장 중심의 성찰을 토대로 충남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5회에 걸쳐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아이들의 배움터가 곧 놀이터와 쉼터이기도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 가을걷이가 끝난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초락1리 마을회관을 돌아서니 푸레기마을 한켠에 아담한 학교가 보인다. 마침 리모델링 중이어서인지 다소 분주해 보였다.
4년차 혁신학교인 초락초등학교(교장 성정순)를 찾았다.
당진에서도 맨 왼쪽 지역 난지도가 코 앞인 초락초등학교는 학생수 37명(유치원생 7명 포함)의 소규모학교지만 참 특이한 학교다.
미리 방문을 약속했던 김대인 선생님은 마침 수업하는 중이어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 받고 있다. 곧 기자를 맞은 선생님이 교장실로 안내했다. 그러고보니 수업 끝나는 종소리조차 없었다.
바로 문 옆에 책상 하나와 그 흔한 그림 한 점 없이 회의탁자만 덜렁 놓인 단출한 교장실에서 만난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스스로 권위를 내려 놓은 채 머슴이라 자청하고, 교직원들은 교장실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거리낌이 없다.
인터뷰 중에도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선생님은 “교장선생님 잠깐 봬요. 1분이면 됩니다”라며 불러낸다. 교감선생님도 함께 얘기하자는 제의에 자신은 수줍음이 많아 못한다며 예쁘게 깎은 사과만 놓고 나가는 모습에서 자유스럽기만 한 진풍경이다.
초락리에 위치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 학생은 단 1명에 그치는 것도 신기하다.
특히 학교 교육과정과 방과 후 활동까지 하고 귀가하는 학생이 100%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있어 이런 학교가 또 있나 싶기도 하다.
이는 보호자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에 대해 만족도가 높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찾아 전학시킨 학부모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인 선생님은 “우리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사실 권위가 필요한데도 모든 교직원을 민주적으로 아우르면서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으면서 권위를 만든다”면서 “모든 학교의 관리자들이 우리 교장선생님을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잠깐 같이 근무했는데 교장선생님의 인격에 반해 자신도 자원해서 왔단다.
교장선생님은 곧바로 “곱창먹고 싶냐”고 끼어들며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에 자신은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쑥쓰러워했다. 이같은 리더십이 든든하게 버텨주니까 자신이 무슨 일을 추진하든 어려움없이 즐겁게 하는 뒷배라는 것이다.
김 선생님은 “사실 올해 처음으로 혁신학교 업무를 맡아 추진할 때 어떤 선생님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데 가능하겠냐고 했지만 교장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에 부담 하나 없이 재미있게 배우면서 하다보니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혁신학교 4년차라 재지정 준비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김 선생님은 “재지정을 앞두고 성찰 상담을 3회까지 받았는데 절차가 까다롭워 준비에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든 교직원이나 교장, 교감선생님이 힘을 많이 실어줘서 너무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러한 감사의 마음으로 초락초등학교는 긍정과 파동과 힘을 느끼게 했다.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
본격적으로 혁신학교 이야기로 넘어갔다.
초락초등학교는 그 첫 번째 힘으로 최고경영자의 민주적인 리더십을 꼽았다.
일반학교에서는 교직원 다모임이라는 것이 비슷하게 있는데, 이게 운영상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모든 교직원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같이 얘기하거나 아니면 자주 모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계속 진행되다보니 가뜩이나 업무도 많은데 내 시간을 쪼개 참여해야 하니 불합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초락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갖고 어떤 때는 김장파티, 새우파티, 월별 생일 축하모임 등으로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가운데 주제를 하나 하나 얘기하면서 선생님들도 혁신학교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유하니까 인화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로 예산 활용의 자율성이다.
김 선생님은 초락으로 오기 전 이곳보다 예산이 더 많은 통폐합학교에서의 경험에 빗대 “억대의 예산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돈을 체험학습 외에는 쓸 수가 없었다”면서 “아이들과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싶은데도 활용할 수가 없어 굉장히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여기 초락에서는 아이들이랑 요리조리 주제중심 교육과정으로 예산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고, 과목 경정해서 옮길 수도 있어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무학년제 동아리 활동은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 스스로 운영하는 다모임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조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무조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이 때 매일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하고, 다모임 시간에 피드백을 한다. 바뀔 것이 있으면 다시 개선하고 심지어 방학 캠프 운영 때도 동아리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방학 캠프 때는 한두 명을 제외한 모두가 신청을 해 학교에 나온다. 오전에는 교과에 대한 보충을 비롯해 요리, 미술 등의 취미활동시간으로 채워진다. 오후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배움터가 곧 쉼터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4년만에 학생수 10명에서 37명으로 늘어
초락초등학교는 독특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 인근에 사는 학생은 단 1명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당진시내에서 이 학교를 선택해서 전학을 오고 있다는 것.
원래 2019년도에는 학생 수가 10명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유치원 포함해 37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길게는1시간 넘게 통학차를 타는 유치원생도 있단다.
통학차량은 농촌학교 살리기를 위해 당진시에서 아이들이 선택해서 올 수 있도록 교육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성정순 교장선생님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외부에서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대부분 학기 초에 전학오는 친구들보다 학기 중에 오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교장은 “옛날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해서 순식간에 결실을 못보는데 여기 와서 그렇게 문제 많던 아이들이 번듯하게 성장해서 나가는 것을 본다. 졸업식에 부모님들이 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교장선생님은 이곳 선생님들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지역특성상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아이들이 인성적으로나 학력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의 중심에는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 선생님들은 이전부터 전문적 교수학습공동체나 연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교수법을 익혀왔으며, 이곳에서도 한 달에 2번 함께 모여 교육정보를 교환하면서 수업연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나머지 2주는 외부 전문강사를 초청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특수학급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구성 요건은 특수아동 3명만 되면 학급을 만들어야 하고 6명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특수학급 학생이 많은 곳으로는 전학을 안 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단다.
하지만 성 교장은 “오랜 교육 경험상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과 같이 어우러지면 사회에 나가 분명이 도움이 되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강조했다. 정상적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약자에 대한 도움을 주고 배려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자체평가 결과 교원, 학생, 보호자 90~100% 만족
초락초등학교에서는 혁신학교로 전환하면서 매년 학생, 보호자, 교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통해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교원의 경우 2021년 78%였던 만족도가 지난해에는 99.5%로, 학생은 87%에서 90%로, 보호자의 경우 61.1%에서 94%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초락초는 학교의 혁신문화 조성을 위해 교직원 다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교육과정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협의·결정·추진하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회의 내용을 사전 공유하는 동시에 관리자의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으로 수평적 협의 문화가 정착됐다.
교육활동 역시 행정 위주가 아닌 학생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면서 무학년제 자율 동아리, 문화예술동아리, 독서교육, 영어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산 수립도 학생, 보호자, 교직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편성하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매우 우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초락에서는 학생자치 생활화를 위해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생 다모임 활동을 한다. 마을과 공동체문화 형성을 위해 동아리 조직을 운영하고, 마을회관과 연계해 텃밭 조성, 어버이날 행사, 토요돌봄 프로그램, 떡 전달하기 등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삶과 연계된 배움 중심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생 중심의 수업을 전개하고, 평가와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 방법 구안과 적용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적정규모' 학교서 벗어나려면 학생수 31명 목표”
초락초등학교 학생수가 30명이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적으로 학생수가 30명이 되지 않으면 '적정규모' 학교로 여타 학교들과 통폐합 대상이 된다.
이때문에 성 교장은 “매년 이 학교를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다”면서 “찬성 60%가 넘으면 폐교 결정을 하는데 재학생이 있는 25가구 모두 100%가 반대의견을 내고 학교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성 교장은 “학교가 폐교나 통폐합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31명의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유치원 설명회, 맘카페, 현수막 홍보 등 별의 별것을 다 해봤지만 역시 입소문이 최고였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활발한 교육활동이 성과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이 최고의 홍보맨이 되주었다”고 보호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대인 선생님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혁신학교 예산이 5년차부터 줄어들면 창의적 교육의 연계성과 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한걱정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부의 세수감소에 따른 교육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또 학생수가 적다보니 보건교사가 없는 것도 큰 고충이라고 털어놓았다. 금요일에 한번 순회 보건교사가 오지만 평소 의료에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아이가 심하게 아프면 부모님께 연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유 교실이나 강당이 없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실내 다목적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초락초등학교는 혁신을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 애정으로 살아남았다. 비록 시설은 부족할지라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교실 환경을 개선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자율적인 교육 활동과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함께 어울리며 내일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한 발 더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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