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 사업자대출 '부실'…2년간 회수율 40% 못 넘겨

이해준 2024. 11. 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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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에서 나가는 사업자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2년 6개월 간 회수율은 40%를 밑돌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에서 대출해서 임대주택을 지은 사업자가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대출금 조기 회수)이 발생한 규모가 최근 2년 6개월간 4500억원대로 크게 늘어났다.

11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택도시기금의 기한이익상실은 5746억원 규모로 발생했다.

이 중 주택사업자들이 받는 사업자대출이 4565억원으로 79%를 차지한다. 주택 구입·전세대출 기한이익상실은 1182억원 규모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한다.

이렇게 모은 돈을 임대주택을 짓는 주택사업자에게 저리로 빌려주고, 디딤돌·버팀목 대출과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재원으로도 활용한다.

사업자대출 기한이익상실이 늘었다는 것은 주택사업자들이 공공 또는 민간임대주택을 짓겠다며 기금에서 대출받은 뒤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자대출 기한이익상실은 2020년(1014억원)∼2021년(122억원) 2년간 총 1136억원에서 2022년(2411억원)∼2023년(2137억원) 4548억원으로 급증했다. 주택경기 하락과 금리 인상으로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올해 상반기 기한이익상실은 17억원 규모다.

기한이익상실 대출금의 회수율은 39.4%(2022년∼2024년 6월)에 그치고 있다. 회수를 못 한 대출금은 고스란히 주택도시기금의 손실이 될 수 있다.

경남 소재 남명산업개발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2월 1123억원이 기한이익상실 처리됐으나 아직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지구종합건설에서는 2022년 7월 989억원의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으나 지금까지 회수액은 14억원뿐이다.

대출금 회수를 위해서는 경매·공매를 진행해야 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주택사업자가 지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권과 분양 전환 권리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매를 유예하다 보니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문진석 의원은 "최근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 고갈 우려를 들며 디딤돌대출 축소에 나섰다"며 "기금 재정건전성을 논하려거든 서민 주택구입·전세대출을 줄일 게 아니라 사업자대출 관리 부실 등 주택도시기금 운영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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