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시기 한은 경제전망 영향 커져, 정확도 높여야"

이창환 2024. 11. 1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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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전환할때 한은 전망 민간에 미치는 영향력 커져
'거시경제 전망의 동태적 특성과 한은의 영향력' 보고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통화정책 전환기(피벗)에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민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정책 전환기에 한은이 경제전망을 더 정확하게 하는 것은 물론 시장과의 의사소통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자본시장연구원의 '거시경제 전망의 동태적 특성과 한국은행의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민간 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보고서는 한은의 경제 전망치 변동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 16곳과 국내 증권사 2곳 등 총 18개 민간 예측기관의 경제 전망치가 2018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한은 전망치가 민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시기는 2019년 6월과 2021년 8월, 2023년 9월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확대로 경제 우려가 심해지면서 한은은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 바 있다. 당시 한은 경제성장 전망치의 파급효과는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제로금리 수준인 0.5%까지 낮아졌고 전망치 파급효과도 바닥권까지 낮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기간 중 경제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면서 한은 경제전망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파급효과는 하향 안정화됐다"며 "2020년 중반 이후 역성장 전망이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한 것으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후 한은 전망의 파급효과 지수가 다시 반등한 것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낮게 유지되던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2021년 8월이다. 한은은 당시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1년 이상의 동결기조를 깨고 피벗을 시작한 영향으로 파급효과 지수는 크게 반등했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2023년 1월 중단되고 동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영향력은 재차 하락했다.

최근에 지수가 반등한 시점은 2023년 9월이다. 당시 기준금리 3.5%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수 및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한은의 경제전망이 민간의 경제 예측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은 중앙은행의 경제 전망이 통화정책의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통화당국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금리 수준이나 정책적 선호, 특히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처럼 상황에 따라 상충할 수 있는 정책목표 간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 전환기는 경기순환의 변곡점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데 변곡점에는 경제지표들의 방향성이 서로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정책 전환의 적기와 적정 속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수반된다. 이런 시기에 주요 예측기관들은 한은의 전망을 통해 통화당국의 선호나 정책 전략에 대한 신호를 적극적으로 탐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전환기에 한은은 전망작업 정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해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과잉 기대를 갖고 지나치게 앞서 나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의 포워드가이던스 제시와 맞물려 향후 한은의 경제전망 또한 금통위의 금리 전망에 근거해 발표할 경우 시장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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