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김종훈 기자]
▲ 2023년 5~7월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내역 중 수원구치소 부근과 수원지검 부근에서 결제된 것을 뽑아내면, 총 146건, 397만 229원이다. 결제가 이루어진 날은 모두 김성태 전 회장의 출정일과 겹친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오후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
ⓒ 공동취재사진 |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이후 도달한 강력한 의심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오마이뉴스>는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23년 5월 29일 17시 40분 54초에 수원지검 앞에 위치한 'OO연어 광교점'에서 4만9100원이 결제됐다고 처음 보도했습니다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확보한 수천 건의 결제내역 중에서 딱 이 하나에 주목한 이유는 '연어'가 검찰과 김성태 전 회장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회유·압박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4일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을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이화영 법정진술 "이재명 엮으려 사실상 세미나 했다, 연어에 술도 먹으며")
"(수원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출정했을 때) 쌍방울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 구치소 내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덮밥도 있었다."
첫 보도 이후 <오마이뉴스>는 단건 결제를 넘어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좀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쌍방울 부회장)의 수원지검 출정기록과 하나하나 맞춰봤습니다. 그러자 재미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법인카드 18개 27일에 걸쳐
총 146건-397만원 결제
모두 김성태가 출정한 날
▲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 유성호 |
장소를 기준으로 수원구치소 부근(수원지 팔달구)과 수원지검 부근(수원지 영통구, 용인시 수지구)에서 결제된 내역을 뽑아내면, 총 146건, 397만 229원이 나옵니다. 27일에 걸쳐 서로 다른 법인카드 18개가 사용됐습니다. 뜬금없이 법인카드 여러개가 수원구치소와 수원지검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결재됐으니 이 지출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분석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결제가 이루어진 날 총 27일은 모두 김성태 전 회장의 출정일과 겹칩니다. 2023년 5~7월 김 전 회장은 모두 36회 수원구치소에서 수원지검으로 출정했습니다. 즉 출정한 36일 중 27일은 수원구치소와 수원지검 부근에서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가 이루어진 겁니다. 4일 중 3일 꼴입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방용철 부회장 출정은 33회, 이화영 전 부지사는 35회입니다. 이중 김-방-이 세 사람이 같이 출정한 날은 25회입니다.
[수원구치소 부근 18건] 오전에, 특정 카드가, 특정 커피숍에서 반복 결제
146건 결제 중 대부분은 수원지검 부근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수원구치소 부근에서 결제된 건 딱 18건입니다. 그런데 그 18건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오전에(10건) ▲특정 카드가(10건) ▲특정 커피숍에서(9건) 결제됩니다.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결제도 8건입니다. 금액은 3500원부터 1만 3500까지 소액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특정 카드는 앞서 보도했던, 수원지검 부근 연어 가게에서 결제했던 바로 그 카드입니다. 편의를 위해 그 카드를 '연어 카드'라고 부르겠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수원구치소 부근 결제 18건은 모두 13일에 걸쳐 발생하는데, 이중 이틀을 제외하고 11일은 모두 오후에 김성태 전 회장의 출정이 있던 날입니다. 김 전 회장의 출정시간 전에 구치소 부근에서 결제됐다가, 오후에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으로 떠난 이후에는 구치소 부근 결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수원지검 부근에서 새롭게 결제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쌍방울 직원들은 주로 김 전 회장의 오후 출정이 있던 날에 오전부터 수원구치소에 와서 접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전 일찍 도착해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에, 그 앞에서 커피를 한 잔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접견 자체를 놓고 뭐라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지난 4월 21일 이화영 전 부지사가 구치소에서 쓴 자필 편지를 보면 "김성태는 냄새나는 구치소에 있기 싫다며,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오후에 출정나갔다. 오전에는 변호사 접견을 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상황이 딱 들어맞습니다.
▲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 OO집 / 39만 8000원 / 2023년 6월 15일
- OOOOOO광교점 / 30만 9000원 / 2023년 6월 18일 (16시부터 19시 사이 세번 결제)
- 광교OO집 / 10만 7000원 / 2023년 7월 14일
- 광교OO집 / 10만원 / 2023년 6월 9일
- 광교OO집 / 8만원 / 2023년 5월 26일
- OOO손수제비본점 / 7만 9000원 / 2023년 5월 19일
- 편의점 / 6만 7700원 / 2023년 6월 15일 (13시40분경 두번 결제)
- 카페OO / 6만 6000원 / 2023년 7월 21일 (16시경 두번 결제)
- OO쌈밥 / 5만 9000원 / 2023년 6월 9일
- OO연어광교점 / 4만 9100원 / 2023년 5월 29일
- OOOO버거 / 4만 4500원 / 2023년 6월 2일
이중 결제 금액 1~3위를 차지하는 OO집과 OOOOOO광교점, 광교OO집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육회와 육회비빔밤을 비롯해 꼬막무침, 육전, 꼬막전, 곰탕, 간장게장, 보리굴비 등 남도음식 중심입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들입니다.
좀 더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수원지검 인근에서 결제된 쌍방울 법인카드는 총 18개인데, 그중 한 카드에서 전체 128건 결제 중 51건이 발생했습니다. 위에서 밝혔던 바로 그 연어 카드입니다. 결국 건수 기준으로 수원구치소 부근 결제의 56%(18건 중 10건), 수원지검 부근 결제의 40%(128건 중 51건)가 연어 카드로 이루어진 겁니다.
둘째, 그 연어 카드는 오전에 수원구치소에서 결제되면, 어김없이 오후에 수원지검에서 결제됐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 10일 오전 9시 27분 54초 구치소 부근 특정 커피숍에서 결제했고, 그날 낮 12시 54분 35초와 13시 17분 36초에 각각 지검 부근 서로 다른 커피숍에서 결제합니다. 이런 패턴은 6월 15일, 7월 17일 등 5~7월 내내 반복됩니다. 물론 연어 카드가 구치소에는 출현하지 않고 지검에만 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날의 절반은 김성태 전 회장이 오전부터 수원지검으로 출정한 날입니다.
[김성태 출정 이후] 용산으로 강남으로... 법인카드도 퇴근?
그러면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수원구치소로 다시 복귀하면 쌍방울 법인카드는 어떻게 됐을까요? 분석 범위를 수원구치소와 수원지검 부근으로 한정하지 않고 넓히면, 마치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원지검 인근에서 결제됐던 법인카드는 김 전 회장 복귀 이후 당일 쌍방울 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이나 아니면 강남 등에서 결제가 발생합니다. 편의점이나 카페를 비롯해 식당, 더 나아가 고가의 술집까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2023년 5월 19일 상황을 보겠습니다. 이날은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 동시 출정이 있던 날이었는데, 나란히 오후 1 시 20분에 수원구치소에서 나왔고, 밤 9시 25분에 다시 수원구치소로 들어갔습니다.
▲ 수원지검 전경 |
ⓒ 김종훈 |
그렇다면 의문은 이것입니다. 수원지검 인근에 출몰한 쌍방울 직원들은 밖에만 머물렀을까? 지검 안으로 들어갔던 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출정일마다 귀신 같이 지검 부근에서 결제가 일어날 수 있을까? 검찰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 그것이 가능할까?
다시 한번 지난 4월 4일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을 인용합니다. 이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어'가 아니라 그 앞 문장입니다.
"(수원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출정했을 때) 쌍방울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 구치소 내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덮밥도 있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이제 검찰은 당시 수원지검을 출입한 쌍방울 직원들의 수원지방검찰청 출입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쌍방울 직원들의 출입기록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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