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트럼프발 파괴력... 준비된 정부가 절실하다

강명구 2024. 11. 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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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뉴욕 직설] 미국발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 경제

[강명구 기자]

[기사 수정 : 11일 오전 8시 12분]

지난 4월,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글부터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후 그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글을 이어왔다.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대통령직은 물론 상하 양원까지 공화당에 내줬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닌 민주당의 패배라는 사실이다. 역대급 대선이라고 하지만, 트럼프의 득표수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득표수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는 전국 3000여 개 카운티(한국의 군이나 구) 모두에서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득표수에 못미쳤다. 민주당이 그 전통적 지지자들 일부에게 심판 받았다는 얘기다.

무엇을 심판한 것일까? 핵심은 위선의 정치다. 미 민주당은 진보적 가치를 외치면서도 워싱턴 기득권 정치에 매몰되어 민생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 이는 한국 정치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윤석열 정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환율은 이미 1400원을 넘었고, 취약계층의 고통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이 몰고 올 거센 폭풍 앞에서, 우리에게는 준비된 정부가 절실하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손을 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의 재선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율로, 세계 무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내 중소기업 중심의 지수(Russell 2000)가 대기업 지수(S&P 500)를 크게 상회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단은 시장이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실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낙관론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매우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점이다. 미국 정부 빚은 이미 35조 달러를 넘었는데도, 트럼프는 이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은 채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 확대만을 약속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중장기 금리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 국채 발행 확대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더욱 쏠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제 부채의 60% 이상이 달러로 표시된 상황에서, 이러한 자금 쏠림과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중 관계의 악화다. 60%의 대중 관세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첫 임기에서도 대중 관세 인상을 실행에 옮겼던 트럼프는 이번에는 멕시코까지 포함한 더욱 강경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전면적 재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듯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갈등 심화, 동맹국 압박으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은 약화되고 국제 협력 체제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 되면 세계 경제, 특히 한국의 대외 경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도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과 복합 위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원/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수출 의존도가 40%를 상회하는 전형적인 개방형 경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최대 교역국 간의 갈등 심화는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충격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그 위험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자, 자동차, 철강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로 인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리쇼어링(기업회귀) 정책 강화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은 더욱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외부 충격에 대응할 한국 경제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선 가계부채, 1000조 원을 상회하는 자영업자 부채, 전체 기업의 17% 이상이 3년 연속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부채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하며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0.1% 증가에 그쳤다.

구조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 72.1%에서 2030년 65.7%로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며,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5배를 웃돌고 있다. 23만 명 넘는 청년층이 이미 구직활동을 포기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역시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주택담보대출 문제와 맞물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 규모 대비 부동산 버블 규모 자체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 비해 낮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1990년대 초반의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부문의 취약성은 일본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장기 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대를 넘어섰으며, 10% 이상의 추가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동시에 원자재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라는 추가적인 부담도 예상된다. 이는 이미 취약해진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민생정치 회복이 절실하다
 7일 서울 용산구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 관련 방송을 보고 있다. 앞 TV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위기는 늘 겹쳐서 온다. 1997년 외환위기도, 2008년 금융위기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트럼프발 충격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리는 순간,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부가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본인과 가족의 안위를 방어하고 변명하느라 민생은 뒷전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민생을 외면한 위선의 정치를 심판했듯이, 무능과 무책임한 정치는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내놓는 그 어떤 정책과 조치도 성공할 수 없다. '민생살리기' 라는 빈말과 구호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모든 경제정책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돈을 쏟아붓고 위기라며 난리를 쳐도 백약이 무효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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