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의 건설 사랑’ 쌍용建 신종증권 발행에 ‘세아상역’ 측면 지원
부채비율 축소 목적‥건설업 재무 개선
쌍용건설 지원 주체 '글로벌세아→세아상역' 변화
글로벌세아 적자 등 재무악화 원인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쌍용건설이 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인수 이후 15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이후 추가로 부채비율 줄이기에 나섰다. 영구채 발행 과정에서 그룹 캐시카우(Cash Cow)인 세아상역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최근 지주사격인 글로벌세아는 과거 인수했다가 부실화된 세아STX엔테크를 매물로 내놓고 자체 실적 악화로 쌍용건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등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 지원 주체가 글로벌세아에서 세아상역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최근 500억원 규모의 금리 7.50%짜리 영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1년 후에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고 있다. 1년 후에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기존 금리에 벌칙(패널티) 금리가 붙는 조건이다. 영구채의 콜옵션은 보통 발행 후 5년 후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환 안정성 우려가 큰 기업의 경우 콜옵션 행사 시점을 1, 3년 등으로 짧게 설정해야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쌍용건설은 자체 신용도만으로 영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세아상역이 쌍용건설 영구채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쌍용건설이 자체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세아상역이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쌍용건설에 지원하기로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쌍용건설은 세아상역의 측면 지원을 받아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영구채의 경우 발행사가 콜옵션을 계속 행사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는 만기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이자도 당장 지급하지 않고 밀린 이자를 누적해서 나중에 줘도 된다. 심지어 만기도 30년 후에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을 고려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친다.
글로벌세아그룹 지주사인 글로벌세아는 2022년 말 두바이투자청(ICD)으로부터 쌍용건설을 인수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보유한 중남미, 동남아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수주를 확대해 어려움에 처한 쌍용건설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세아는 수십년간 저개발 중남미 국가에서 섭유업 등을 하면서 현지 정·관계 네트워크를 상당히 넓게 확보하고 있다"면서 "쌍용건설을 통해 현지 사업을 수주해 건설을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인수 이후 지분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뉴머니(New Money) 유입으로 글로벌세아의 쌍용건설 지분은 약 90%로 증가했고, 쌍용건설의 재무구조 또한 대폭 개선됐다. 자본이 늘면서 84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300% 아래로 떨어졌다. 증자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서면서 총차입금도 2022년말 1582억원에서 2023년말 75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수년간의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다.
글로벌세아는 계열사 간 자금 거래가 많은 그룹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글로벌세아가 세아상역과 쌍용건설 자금 조달에 보증을 서거나 직접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세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거꾸로 현금흐름이 좋은 세아상역을 통해 자금을 빌리거나 쌍용건설 등의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
세아상역은 글로벌세아와 김웅기 회장의 세 딸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수한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 등을 통해 연간 3조원대 매출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현금흐름(OC)을 창출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세아는 과거 인수한 세아STX엔테크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매물로 내놓고 자체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졌다"면서 "해외 프로젝트로 덩치를 키우려는 쌍용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 주체가 글로벌세아에서 김웅기 회장의 세 딸 회사로 알려진 세아상역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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