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요즘 뭐 봐?] ‘페이스미’, 수술과 수사의 공조, 피해자 마음 다독이는 범죄스릴러

김은구 2024. 11.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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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독특하다. KBS2 수목드라마 ‘페이스미’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성형외과 의사가 등장하는 의학드라마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독특하다. 의학드라마가 주로 응급의학과나 외과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다뤄온 건, 그들의 영역이 직접적인 생명과 직결돼 있고 그래서 수술을 하는 상황 또한 긴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미를 추구하는 성형외과는 직접적인 생명과는 거리가 있어 좀체 소재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미’의 성형외과 의사 차정우(이민기)는 어딘가 다르다. 그는 응급의학과와 성형외과를 모두 섭렵한 전문의다. 이런 인물을 세운 이유는 ‘페이스미’가 다루는 성형외과 수술이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범죄피해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차정우 역시 가슴 수술이나 안면 윤곽 수술 같은 걸로 돈을 버는 개업의인 건 맞다. 하지만 응급의학과를 굳이 했던 것처럼 환자들의 감정에 애써 선을 그으려는 그의 냉정함 뒤에는 오히려 그 감정을 어쩔 수 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이 인물의 숨겨진 다정함이 느껴진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사망해 엄마가 자신에게 너무나 집착하는 걸 못 견뎌 성형을 해달라는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지속적인 스토킹에 폭력까지 당해온 피해자가 또 당할 피해를 걱정한다. 성전환 수술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2차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피의자로 지목된 환자를 위해 의사로서의 소견을 말해줌으로써 진범을 잡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냉정해 보여 어딘가 돈벌이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형외과 의사가 사실은 범죄피해자들의 마음까지 걱정해 수술을 해주기도 하고 사건의 진상을 상처 부위를 통해 설명해주기도 하는 그런 일들이 펼쳐진다. 성형외과 의사가 등장하는 작품으로서는 독특하지 않은가. 

‘페이스미’에서 독특한 건 차정우만이 아니다. 사건 수사에 함께 뛰어들게 되는 강력계 형사 이민형(한지현)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저 강하고 터프한 면모로 그려지곤 하던 범죄스릴러의 전형적인 강력계 형사와 달리, 이 인물은 어딘가 밝고 해맑고 나아가 피해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공감능력의 소유자다. 모두가 차정우 의사에 대해 그저 돈벌이에 눈먼 속물 취급을 할 때도 이민형은 그가 한 행위들 속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려 했던 마음을 읽어낸다. 즉 형사지만 이 인물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만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라는 것이다. 

‘페이스미’는 그래서 차정우와 이민형이라는 어딘가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범죄피해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눈이랑 코랑 얼굴 윤곽을 좀 바꾸면….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달라지고 싶은데 성형수술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도 같고….” 눈, 코, 얼굴 윤곽 그 어느 것 하나 바꿀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이는 한 여성의 그 말만 들으면 마치 성형 중독에나 걸린 인물처럼 오해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여성이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어 그 곳을 찾았다는 걸 드러내 준다. 결국 그 여성은 스토킹 범죄자에 의해 얼굴에 깊은 상처를 입고 수술을 받게 되는데, 차정우의 수술과 이민형의 수사가 공조해 이 여성은 얼굴은 물론이고 마음의 상처까지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의학드라마와 형사물의 공조는 주로 법의학을 소재로 하는 범죄스릴러를 통해 자주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얼굴에 난 자상의 흔적을 통해 사건 정황까지 파악해내는 차정우라는 독특한 성형외과 의사의 등장은 색다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범죄스릴러가 진실을 찾아내고 범인을 잡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여기서 나아가 피해자들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방식 또한 새롭다. 

냉정 속에 다정을 숨긴 차정우 역할을 이민기가 제 옷 입은 듯 소화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 무게감 위에서 이민형 역할의 한지현은 경쾌하게 발랄한 모습으로 극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질적인 소재의 독특한 결합이 눈에 띄지만, 균형 잡힌 대본과 연기의 앙상블이 봉합의 흔적을 잘 지워내고 있는 작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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