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지만 사실은 철?’ 스타벅스 감성 인테리어 비밀은

백재연 2024. 11. 11.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국씨엠 도성센터의 개나리색 외관. 동국씨엠 제공


지난 7일 오전 충남 당진 동국씨엠 도성 센터에 도착하자 개나리색 건물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샛노란 건물 외관은 인근 100m 밖에서도 이제 막 시공이 끝난 건물처럼 빛바램 하나 없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영준 동국씨엠 럭스틸(Luxteel)솔루션팀 팀장은 “도성 센터는 7년 전에 세워졌어도 어제 지은 것처럼 보인다. 노란색은 변색이 잘 되지만, ‘이게 바로 럭스틸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이 색을 골랐다”고 말했다. 럭스틸(Luxteel)은 럭셔리(화려함·Luxury)와 스틸(강철·Steel)의 합성어로 2011년 동국제강이 출범한 컬러강판 브랜드다. 실제로 건물 입구 양옆에 놓인 볼라드(차량 충돌을 막기 위해 세우는 철제 말뚝)도 같은 노란색이었지만 건물 외관과 다르게 군데군데 녹이 슬고 뿌옇게 변해있었다.

지난 7일 충남 당진에 위치한 동국씨엠 도성 센터의 외관 모습. 백재연 기자


동국씨엠 부산공장이 럭스틸 생산 거점이라면, 도성 센터는 럭스틸이 가공을 거쳐 건축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건축재로 재탄생하는 곳이다. 약 9000평 부지에 건축동과 방화문동이 있으며, 각각 건축 내·외장재와 방화문을 생산한다. 전 공정을 자동화·맞춤화 설계에 집중해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량생산 위주의 철강업을 맞춤형 소량생산 방식으로 전환해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11월 기준 총 20명이 근무 중이다. 박 팀장은 “럭스틸 사업은 매년 조금씩 성장해 올해는 매출 200억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후년까지 매출 300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국씨엠 도성센터 내부. '목공소'처럼 보인다. 동국씨엠 제공


도성 센터의 콘셉트는 ‘목공소’다. 목공소처럼 도성 센터 건물 내부 천장은 나무무늬가 그대로 살아있는 럭스틸이 시공돼 있었다. 시각적으로는 목재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본질은 철판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강하고 변형도 거의 없다. 가장 쉽게 럭스틸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스타벅스다. 동국씨엠은 스타벅스에 라인·타공패널 메탈루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스타벅스 속초금호DT점에 쓰인 럭스틸 라인패널의 모습. 동국씨엠 제공


스타벅스 용인흥덕DT점에 설치된 럭스틸의 모습. 동국씨엠 제공


원하는 가구는 모두 만들 수 있는 목공소처럼 도성 센터 또한 건축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건축 마감재를 생산한다. 럭스틸의 슬로건이 ‘창의성 극대화(Maximizing Creativity)’인 이유기도 하다. 건축동 출입구 쪽에는 일정한 패턴으로 만들어진 22가지 철제모양들이 전시돼 있었다. 레고 블록처럼 서로 끼우면 되게끔 설계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패턴을 섞을 수도 있고 실리콘 접착제도 필요하지 않다.

박 팀장은 “일반적으로 철강사들은 B2B(기업 간 거래)를 하지만 럭스틸은 B2C(기업 대 소비자), B2D(기업 대 디자이너)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철제모형 앞쪽으로는 유명 건축사무소나 건축가들 찾아와 남기고 간 방명록이 수십개 붙어있었다.

건축동 한쪽에서는 스위스에서 공수해온 설비 ‘더블 블레이드’가 돌아가고 있었다. 최대 길이 6m 철판까지 가공할 수 있는 대형 기계지만 필요한 근로자는 둘뿐이었다. 기계가 30㎏에 달하는 철판을 앞뒤로 접어줄 때 근로자들은 이를 보조만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에서 컬러강판 원판이 입고되면, 공장 한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설계자들이 3D로 제품 설계를 한다. 이를 기계에 입력하면 그대로 철판이 접히는 방식이다. 하루 최대 300개, 연간 최대 7만9000개의 라인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7일 충남 당진 동국씨엠 도성센터에서 박영준 동국씨엠 럭스틸(Luxteel)솔루션팀 팀장이 럭스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국씨엠 제공


건축동 맞은편 방화동에서는 방화문 생산이 한창이었다. 동국씨엠은 방화문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대기업이다 보니 시장 저항도 심했다. 이에 동국씨엠은 ‘완전 자동화’와 ‘친환경’을 콘셉트로 개발에 착수했다. 방화문은 철판에 구멍을 뚫고 접어 문 형태를 만든 후, 내장재와 접착제를 넣고 앞·뒷판을 조립한 뒤 열을 가해 접착제를 굳히는 순서로 만들어졌다. 모든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루어져 8분 만에 완료된다. 이렇게 하루에 최대 120개 연간 최대 3만2000개의 방화문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럭스틸 방화문은 지난해 유해물질로 분류된 내화 세라믹 대신 친환경 내장재를 사용한다. 박 팀장은 “소비자도 믿고 쓸 수 있고, 폐기할 때도 문제가 없도록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