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도 마일리지로 OK…항공사들 사용처 대폭 늘린 속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앞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종전 보너스 비행기표와 좌석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자체 쇼핑몰에서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늘리는 중이다.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두 회사 고객들의 마일리지 규모가 부채로 기록되기 때문에, 통합 전 소진을 유도해 부정적인 재무 평가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생활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스카이패스 딜’ 기획전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상품몰에 가습기·손난로 등 생활용품과 설렁탕 등 간편식, 카페·베이커리·영화 등 모바일 상품권을 구비했다. 설렁탕은 6팩에 3300마일, 전기찜질기는 6800마일에 살 수 있다. 기획전은 27일까지 진행된다.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는 항공사들의 숙제다. 보너스 항공권(업그레이드 포함)에 쓰이는 마일리지 사용량은 점점 늘고 있지만, 이 수요에 대응할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 항공편을 마일리지로 이용한 승객의 이동거리를 모두 더하면 총 41억700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늘었다. 아시아나 승객의 마일리지 이용 거리도 17억㎞로 1년 전에 비해 26.4% 증가했다.
하지만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수송 비율이 줄고 있다는 점(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적됐다. 지난 9월 기준 마일리지로 구입된 좌석의 비율은 10.9%로, 지난해 같은달(11.8%)에 비해 하락했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유럽 여행을 준비했던 직장인 이모씨(43)는“마일리지 좌석을 예약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인기 노선은 좌석 예약이 쉽지 않아 마일리지를 못 썼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적립형 신용카드 소비가 늘어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항공권 일반 구매 수요가 늘어서, 항공사 입장에선 마일리지 좌석 공급을 대폭 늘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항공사의 노력에도 간편식·모바일상품권을 항공사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방식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곽규택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의 전체 마일리지 사용량 중 마트·쇼핑몰·호텔에서 쓰인 비율은 5.3%였다. 이 비율은 2021년 7.6%, 2022년 5.9%, 지난해엔 7.9%였다.
이에 대한항공은 일정 액수 이상 마일리지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피자·햄버거·치킨 등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며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는 중이다. 이밖에 한진관광 여행상품 구매, 그랜드하얏트인천 뷔페 이용 등에도 마일리지 사용을 권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쇼핑 물품이 줄고 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이마트·CGV·소노호텔앤리조트에서 쓸 수 있었는데, 이 사용 제휴가 지난 9월 중단됐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OZ마일샵에서도 10일 현재 32개 품목 전체가 품절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객별 마일리지 보유 규모에 따른 사용처를 세분화 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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