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국익에 반하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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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이라는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에 관한 질문에 "지금의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고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외 활동을) 중단해 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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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이라는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에 관한 질문에 “지금의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고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외 활동을) 중단해 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 탓인지 윤 대통령의 말은 대통령과 참모들 판단에 지금껏 별문제 없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한 검찰 간부에게 들은 “국익에 반(反)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묘하게 겹치는 듯했다. 이 말은 검찰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판단해 수사 착수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거악을 척결한다는 검찰의 모든 수사가 결국 국익을 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뜻도 담긴 듯했다. 국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어느 수사가 국익에 반하는지 판단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국익에 부합했을까.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은 2020년 4월 검찰에 고발된 지 4년6개월 만인 지난달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는 2023년 12월 한 인터넷매체의 고발 이후 10개월 만에 무혐의로 결론 났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보다 오래 걸린 게 김 여사 수사였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기까지 검찰 수사는 6개월가량 걸렸다. 뇌물, 직권남용 등 18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박 전 대통령 수사보다 명품가방 수수의 위법성과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각각 밝히는 수사가 더 오래 걸렸다.
검찰에선 죄가 안 된다는 결론을 냈는데도 논란은 증폭됐다. 단순히 수사 기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는 재배당에 재배당을 거듭하면서 지지부진했다. 명품가방 의혹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 이후 교체됐다. 김 여사 조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진행됐다. 검찰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시작된 지 10시간쯤 지나서야 이를 보고받았다. 눈치 보기를 한다는 의심을 키울 법한 수사였다.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명태균씨 의혹과 맞물리면서 야당의 특검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공천에 관한 얘기(를) 한 기억은 없지만 (얘기를) 했다면 당에 이미 정해진 얘기(를 했을 것)”라며 “아마 (명씨와 통화가 이뤄졌다는) 그 시기에는 당에서도 전략공천으로 마무리를 다 지은 거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반면교사 삼을 만한 사례로는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씨와 이른바 십상시의 국정 개입 의혹 사건을 들 수 있다. 수사 결과는 서울 모처에서 국정에 관여하는 비선 모임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실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비선의 실체와 국정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었던 검찰 수사는 청와대 문건을 밖으로 빼돌린 사람을 색출한 국기문란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의 예고편 격이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혼란은 얼마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에 달했다. 법을 잘 모르는 국민이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가 국익에 반하는 수사다.
김경택 사회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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