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칼럼] 남은 힘 아닌 새 힘·새 다짐으로 뛸 반환점이길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로 남은 절반 임기를 시작한다. 대개는 “반이나 해냈다”는 안도가 더 클 ‘반환점’이란 단어를 쓴다. 손기정 옹은 그러나 74세 때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는 반환점이 없더라.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을 후회 없이 완주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야 하더라.” 국정에의 각오도 비슷하겠다. ‘봉달이’ 이봉주 선수의 기억. “반환점을 돌 때 남은 힘으로만 뛰려면 그 반도 못 가 주저앉는다. 이 지점부터는 새로운 다짐과 힘으로 무장해야 마지막까지 뛸 수 있다.” 42.195㎞란 극한을 수없이 겪으며 체득한 진리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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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윤석열 대통령 절반 임기 첫날
53% 출발→17% 방전 원인 복기를
성찰 키워드는 김여사·한동훈·인사
새 힘은 노폐물 비워야 채움 가능해
」
반환점(중간 지점이든)에선 그러니 한번쯤 지나온 길 성찰해 보는 게 우선이다. 쌓인 노폐물 비워야 ‘새 정신과 힘’으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출발선(2022년 5월) 직후 윤 대통령의 국민 지지는 53%(이하 한국갤럽)였다. 워낙 보수·진보 진영 갈등이 심한 0.73% 차 대선이었으니 기대감 조금 합쳐 그 정도가 최대치이긴 했다. 여론 전문가들이 추산한 우리 국정의 최소 동력은 35%다. 사흘 전 ‘남은 힘 17%’로 방전된 윤 대통령의 절반은 그럼 뭘 비우고, 뭘 새로이 채워야 할까.
동력 소진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문제’는 사실 취임 이후 첫 역풍을 부른 악재이기도 했다. 정권 출범 34일째 김 여사의 봉하마을 참배에 동행한 측근, 팬클럽의 구설 탓이었다. “드디어 무속인이 나타났다”는 해프닝 속 이 사건으로 돌연 4%가 처음 빠져나갔다. 그 뒤 용산 내 여사 라인, 명품백 등을 거쳐 공천 개입 의혹 속의 반환점에까지 ‘김 여사’란 단어는 늘 불안과 루머, 의혹의 동의어였다. 습관적, 지속적, 고질적이자 언제든 재발 가능한 예후라는 반증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순진해서”라는 감싸기는 “윤 대통령이 너무 순진해서”란 반박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도….
고난에의 두 번째 변곡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가 불러왔다. 아니, 전문가들은 “김 여사보다 오히려 한 대표를 못 감싸안는 윤 대통령의 ‘그릇’이 보수를 무너뜨린 본질”이라는 데 동의한다. 올 4월 총선 직전 윤 대통령에겐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2월 의대 증원 의료개혁(처음엔 2000명 증원 못 박진 않았으니), 3월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 갈등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39%로 치솟았다. 이 기회의 소매를 붙잡지 못한 건 대통령 자신. ‘국민 눈높이의 여사 리스크 해소’를 거론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격노, ‘지지 철회’ 등의 ‘배신’ 진압을 하면서였다. 여기에 ‘이종섭 호주대사’ ‘황상무 수석’ 버티기에 5%를 되까먹자 선거는 치르나 마나였다. 이 ‘5%’를 지켰다면…. 지금 여당은 108석 아닌 120~130석의 여유 속에 ‘낙동강 전선’ 사수의 안간힘은 필요조차 없었을 터다.
총선 이후는 더 추락이다. 윤-한 갈등이 증폭되자 다시 11%가 더 증발, 대통령 지지도가 줄곧 20%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전문가들은 “사실 보수와 여당·영남 등을 합친 여권 지지를 35%라 치면 이 중 15%는 한 대표 지분” “여권 내 세력 지분은 57%(윤) 대 43%(한)이고, 시간은 이젠 한의 편”이라 분석한다. “한 대표를 모질게 내모니 이 15%가 떨어져 나간 게 지금의 대통령 지지도인 17~19%”란 설명이다. 용산과 한 대표가 따로 가면? 보수 궤멸이자 회생 불능이다.
어려움 자초한 윤 대통령의 큰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태도, 그리고 인사다. 사람에게 충성 않느니 뭐니는 다 대통령 이전 얘기다. 널리 사람을 구해 품어 안고, 존중하며 아껴 쓰는 품성·자질이란 느끼기가 힘들었다. 만인 주시 회견에서 48세 여성 대변인에게 ‘반말 지시’를 하던 그 찰나의 장면대로 말이다. ‘내부 총질’ 한다며 이준석 대표를 제거(2022년 7월)하자 5주 연속 빠진 지지도가 총 21%. 대선 연합군이던 20~30대 청년층의 썰물이었다. 긍정·부정의 지지도가 첫 역전된 건 김승희 보건복지장관 논란과 사퇴(7월)였다. 취임 첫해 최저치(24%)를 찍게 한 건 ‘만 5세 초등 입학’ 논란의 박순애 교육장관 사태(8월)였다. 모든 게 인사였다. 정책의 큰 잘못보다는 ‘김건희-이준석-김승희-박순애-이종섭-황상무-한동훈’ 등과의 사람 보는 눈, 감싸안는 도량 등 ‘사람과의 관계와 태도’가 검사 출신 대통령에겐 최대의 적이었다.
인사는 노력이다. 탕평, 시대 흐름 반영할 새 인재군 찾는 어떤 정성도 없으니 ‘캠프, 충암고, 서울법대·특수부검사, 고시·관료’들만 득실대 왔다. 신선한 기억? 장미란 문체부 차관뿐이다. 국민이 ‘인적 쇄신’을 촉구한 까닭이다.
국정 완주엔 세 가지가 필수다. 김 여사 문제는 더 이상 뒤가 없이 해소하라. 한 대표와의 당정 관계 이대로면 보수 정치는 좀비 신세다. 부디 인사 좀 정성껏 해달라. 진정한 영웅은 ‘쓰러져도 우뚝 일어나 달려가는 의지’다. 새 힘과 정신으로 추슬러 다시 달려 나가길 기대한다. 정부가 잘해야 나라가 잘될 터이니…. 부디 이게 ‘마지막 덕담’이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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