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트럼프 재등장 이후의 세계
몇 달 동안 북미 시민들을 마음 졸이게 했던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의 완승으로 결론 났다. 캠페인을 뒤늦게 시작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서 치른 경쟁이었다. 암살 시도 때 피를 흘리며 “싸우자, 싸우자!” 하고 주먹을 흔들며 퇴장하는 트럼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게임이 끝났구나 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트럼프는 상징적인 죽음을 겪고 부활한 고전적인 히어로가 된 셈이다. 유색인종 여성인 해리스는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유리천장을 여전히 깨지 못했고 34건의 중범죄 유죄선고를 지닌 ‘매버릭(독불장군)’ 트럼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사회적인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은 고대 영웅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내와 자식을 모두 살해하고 테스피오스의 딸 50명을 임신시킨 헤라클레스는 그리스인들이 가장 널리 섬기는 영웅이었다.
빌 클린턴 이후 미국 특유의 양당제가 만들어낸 정치적 균형은 고작 득표율 몇%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나게 한다. 극도로 양분화된 사회에서는 그만큼 소수의 부동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직후 ‘BLM(흑인인권보호)’ 운동에서 비롯된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정책이나, 소수의 이해에 지나치게 영합하는 ‘진보적’인 사회적 변화가 정치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 대한 불만감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더 이상 서민을 보호하는 당이 아닌, 주류 언론과 공모해 정치적 발언의 검열을 지지하는 부패한 엘리트 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리스의 패배는 미국 지성의 무능을 노출시켰다. 앞으로 민주당은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경제적 타격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전쟁을 피하고 그가 지향하는 남북평화의 길을 잘 달래가며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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