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같은 서바이벌 예능, 성공 비결은 한 끗 차이”

황지영 2024. 11.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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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이어 아이돌 오디션 ‘프로젝트7’을 내놓은 예능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 윤현준 대표. 그는 “틀이 있는 오디션 포맷이라도 살짝 비틀어 새롭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 넷플릭스, SLL]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와 사업가 백종원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1400만 회에 육박했고, 예능 프로그램에선 ‘흑백요리사’ 셰프 섭외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정작 ‘흑백요리사’로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린 예능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콘텐트 스튜디오 SLL 산하 레이블)은 차분하다.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을 진두지휘한 윤현준 스튜디오 슬램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파티는 끝났다.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된 기획 없이 급하게 만들면 소탐대실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성과에 취해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김학민·김은지 PD는 시즌2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티는 끝나… 또 다른 대박 예능 준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사진 넷플릭스]

시류를 따르길 거부하는 윤 대표의 성향은 1997년 KBS에 입사할 때부터 나타났다. 다들 드라마PD를 하겠다고 줄을 섰던 시절이었지만 “애매한 예능으로 가서 내가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예능PD의 길을 택했다. “일본 예능을 참고하라”는 당시 분위기에도 반기를 들고 “복제품은 싫다. 나만의 방식으로 남녀노소가 공감할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었다. 28년 차 PD가 된 지금도 스튜디오 슬램이란 사명을 ‘다름’이라고 짓고 싶어했을 정도로, “남들 따라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했다. 첫 연출작인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반갑다, 친구야”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이어 연출한 ‘김승우의 승승장구’ 또한 수많은 스타가 거쳐 간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다. 2011년 JTBC로 옮겨 ‘신화방송’, ‘크라임씬’ 시리즈, ‘한끼줍쇼’, ‘효리네 민박’, ‘슈가맨’ 시리즈를 기획·연출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새로워야 발전이 있습니다. 요즘 미디어 시장을 보면 채널은 많이 생겼는데, 다들 비슷한 것들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남과 다르게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새로운 재미가 생깁니다.”

기획력이 돋보였던 ‘싱어게인’, ‘크라임씬(사진)’은 매 시리즈마다 인기를 끌었다. [사진 스튜디오 슬램]

‘크라임씬’ 시리즈는 윤 대표 연출작 중 가장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예능이다. 추리와 롤플레잉을 결합한 독특한 포맷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했고,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본상과 ‘휴스턴 국제 영상영화제’ 금상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JTBC(2014~2017)에서 티빙(2024)으로 옮겨간 후, 유기환 넷플릭스 디렉터의 제안으로 넷플릭스에서 부활을 준비 중인 메가 IP이기도 하다. 유 디렉터는 ‘크라임씬’ 조연출을 거쳤다.

윤 대표는 “그간 해외에서 ‘크라임씬’ 판권 문의가 많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어떤 나라가 어떻게 리메이크할 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들 따라 하는 게 세상서 가장 싫어”

‘프로젝트7’. [사진 SLL]

스튜디오 슬램은 윤 대표가 2020년 마건영 이사, 김학민 PD 등 베테랑 PD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매 시즌 화제가 되는 ‘싱어게인’ 시리즈와 ‘흑백요리사’에 이어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JTBC에서 방영 중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젝트7’까지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싱어게인’은 윤 대표의 첫 서바이벌 포맷으로, 이름 대신 숫자인 ‘몇 호’로 참가자들을 구분하는 콘셉트가 신선했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흑백요리사’에서도 닉네임을 사용했다. 윤 대표는 “정해진 오디션 포맷이라도 한 번 비틀거나 무언가 터치를 가미해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튜디오 슬램에선 이러한 한끗 차이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7’은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인 마 이사가 JTBC ‘피크타임’(2023)에 이어 두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아이돌 오디션이다. 윤 대표는 기획 프로듀서를 맡았다. ‘프로젝트7’은 방영 전부터 각종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콘텐트들의 합계 조회 수가 총 1억 뷰를 넘으며 K팝 팬의 관심을 받았다.

기획력이 돋보였던 ‘싱어게인(사진)’, ‘크라임씬’은 매 시리즈마다 인기를 끌었다. [사진 스튜디오 슬램]

다른 아이돌 오디션과의 차별점은 분명하다. ‘프로젝트7’은 시청자 참여를 확대해 ‘최애’(가장 응원하는 멤버)와 최애에 어울리는 그룹을 만들게 했다. 홈페이지엔 최애 테스트, 어울리는 조합 추천 등의 콘텐트를 넣어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했다. 윤 대표는 “7명씩 10조로 나뉘어 경연하는 과정부터는 차별점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7’으로 만들어지는 팀은 SLL과 스튜디오 슬램, YG 플러스가 공동으로 만든 새로운 레이블에서 데뷔하게 된다. 음원·음반 투자 및 유통 등 IP를 활용한 부가 사업을 맡아 데뷔 조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윤 대표는 “팬 입장에서 참가자들의 데뷔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승팀이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회사 차원에서 나설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윤 대표의 포트폴리오는 이미 꽉 찼다. 넷플릭스 버전의 ‘크라임씬’ ‘흑백요리사2’와 ‘싱어게인’ 새 시즌 등을 준비 중이다. 그는 “스튜디오 슬램은 ‘참신함’이라는 이상을 좇는 회사로서 계속해서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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