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트럼프 당선 의식했나…“중국에 AI반도체 공급 중단”

박형수 2024. 11.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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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출하 중단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20년 시작된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셋에 TSMC의 반도체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에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전했다. ‘정보 제공’ 서한이라 불리는 상무부의 공문은 특정 기업에 신규 허가 조건을 신속하게 부과하는 문서로, 복잡한 규정 제정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11일부터 7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의 이번 명령은 TSMC가 중국 화웨이 제품에 자사 반도체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미국에 알린 지 20일도 채 안 된 시점에 나왔다. 지난달 22일 캐나다 반도체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TSMC에 “2022년 출시한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의 프로세서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TSMC는 이를 미 상무부에 전달했다.

테크인사이트의 분석 결과는 미 정부의 대중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를 낳았다. TSMC의 자체 조사 결과, 중국 현지 반도체 설계업체인 소프고의 주문에 따라 공급한 7나노 반도체가 화웨이로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다. 화웨이가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TSMC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재를 우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TSMC는 소프고와의 거래를 끊었다.

FT는 TSMC의 이번 조치가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매체는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에 대해 “미국의 칩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했고, TSMC에 대해선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 대가로 엄청난 보조금을 챙긴 뒤 결국 생산시설을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는 점을 짚었다.

현재 TSMC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인 회사로 지목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FT에 “TSMC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쇼가 아니며, 우리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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